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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위태위태

로얄곰돌이 2012. 6. 6. 00:08

음. 좋은 사람들과 만났다가 기분 좋게 들어왔는데 또 이런 불안감에 젖어들게 될 줄이야.

김연아선수가 교생실습에 대해 비난한 교수를 고소했다는 소식. 내가 피겨에 입문한 게 플루셴코 섹시밤을 보고난 직후이니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였던 것 같다. 유망주로 떠오르는, 아직 고등학생이던 김연아 선수를 열렬하게 응원해 왔던 것도 그 즈음부터. 말하자면 그랑프리, 사대륙, 세계선수권 등을 밤을 설쳐가며 보면서 그가 겪어 온 고생을 함께 겪어왔다고 해도 무방할 듯. 뭐 본인 힘든 심정을 어찌 다 알겠냐만은 나 역시 팬으로서 그가 힘들 때마다 마음이 한두번 무너진 게 아니었다.

그렇게도 꿈꾸던 올림픽 금메달을 완벽한 연기로 거머쥐던 그 때 나 역시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기뻐했던 건 지난 시절 아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탓이다. 사람이 인생 마지막에 지나간 세월을 순식간에 스쳐 보게 된다고 하던데, 난 김연아가 메달을 따던 순간, 롯데월드에서 플래시와 소음 세례 속에서 연기하던 그, 진통제를 맞고 퉁퉁부은 얼굴로 편파판정을 받고도 끝까지 키크존에 의연하게 앉아 있던 그, 마이클잭슨의 '벤'에 맞춰 어떤 댄서보다도 순수하게 연기하던 모습이 한순간에 스쳐지나갔다. (드래곤볼 42권 완결 뒤 부록에 붙은 손오공의 일대기를 보고 울었던 때랑 비슷한 느낌.)

그래서 요즘 그의 행보를 보면서 마음이 위태위태 하다. 그동안 고생을 알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도, 오해를 받는 것도 모두 다 속상하고 불쾌하다. 김연아라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그가 자꾸 팔리고 쓰이고, 이른바 뭇 연예인처럼 검증 당하는 게 싫다. 그래서 오히려 이슈화가 덜 됐으면 싶고 기획사에서 하는 각종 홍보마케팅도 조금 자제해줬으면 하고 바란다. 그의 기획사가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유지돼 웬만하면 김연아라는 브랜드로 먹고사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다. 또 비난을 받더라도 세계적으로 견제를 받던 그 때처럼 대범하게 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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