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발레]스파르타쿠스를 봤다 본문
자취생이지만 가끔씩 예술의 전당에 가서 문화 생활을 한다. 로얄로 살려면 소양을 쌓아야 하니까.
물론 주로 혼자 간다. 15일 일요일에는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회사에 갔다가 발레 '스파르타쿠스' 티켓을 우연하게 손에 넣었다.
(감상평)
발레리노가 펼치는 박력 있는 무대. 초심자가 봐도 졸지 않고 2시간 반동안 즐길 수 있다!
스파르타쿠스역을 맡은 이영철씨 몸놀림만 보고 있어도 황홀했다. 남자 몸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2시간 반동안 수컷 냄새가 객석을 에워쌌다. 야생 동물처럼 움직이는 근육들을 움직여서 무대를 날렵하게 날아 다녔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면은 예기나 역을 맡은 박슬기씨한테서 나왔다. 독백에서 토업 하면서 앞으로 그랑바뜨망을 연이어 하는데 박슬기씨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동작이라고 생각됐다. 또 노예군단을 홀리던 예기나의 몸짓은 앙큼 그 자체. 고양이 같기도 하고 여우같기도 하고, 여자라면 한번 쯤은 팜므파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게다.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은,
사람은 짝을 잘 만나야 한다.
(스토리)
는 간단하다. 크랏수스가 이끄는 로마 군단이 침략해 들어와 스파르타쿠스와 마을 사람들은 노예가 된다. 향락을 즐기는 로마군단은 농노와 노예들의 고혈을 빨아 먹는다.
스파르타쿠스는 노예로 팔려가고 애인 프리기아도 끌려간다. 크랏수스는 한떨기 장미 같이 아름다운 프리기아에게 수청을 들라 하지만 프리기아는 거부한다. 스파르타쿠스는 검투사가 돼 궁정에서 마스크를 쓰고 칼싸움을 벌이다 자신의 동료를 죽이고 만다.
열받은 스파르타쿠스, 노예 계급을 규합해 봉기를 일으킨다. 결국 크랏수스를 사로잡지만 인정이 일을 그르치는 법. 크랏수스를 풀어줘 버리고... 주제 넘게 계백장군을 따라한 스파르타쿠스 앞날에 먹구름이 끼는 게 보이는 구나.
풀려난 크랏수스, 그는 딱 보기에도 곱게 자라난 찌질이. 가문과 돈이 없었으면 어찌 그 자리에 올랐을꼬. 시건방지게도 복수를 하러 다시 쳐들어 올 준비를 한다.
한편 스파르타쿠스는 막사에서 애인 프리기아와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아름다운 듀엣 연기가 펼쳐지지만 '한편으로는 쟤들이 저럴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파르타쿠스가 애인 치마폭에 싸여서 정사를 멀리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암튼 그 지경이 되자 노예 군단도 슬슬 대오에서 이탈하기 시작한다.
다시 쳐들어 오는 크랏수스, 정신을 차린 스파르타쿠스는 겨우겨우 군단을 설득해 방어에 나선다.
그러나...
덜떨어진 크랏수스 옆에는 요염하면서도 똘똘하기까지 한 애첩 예기나가 있었으니...예기나는 창녀들을 동원해 노예 군단의 정신을 홀린다.(예기나 만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
결국 군대는 참패하고 스파르타쿠스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프리기아의 애절한 레퀴엠이 울려퍼지며 막을 내린다.
(짧다고 해놓고 완전 길게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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