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피터 도노호, 강남 심포니 협연 본문
(여름 예술의 전당 야외 분수 앞마당은 정말 좋다. 잔디에 앉아서 분수쇼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아기들이 뒤뚱뒤뚱 뛰어다니다가 조각 위에 올라 누웠다 뒤집었다 하는데 그걸 또 엄마 아빠가 가서 살짝 들어 올려 세우고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이쁜지. 땀을 말려주는 바람을 느끼는 것도 참 좋아. 머리가 폴폴 날리는 것도.)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수상자 시리즈
피터 도노호와 강남 심포니 협연을 보고 왔다.
-M. Rabel. Piano Concerto in G Major
문득 정신이 들었는데 난 숲 속에 떨어져 있고 숲은 누굴 홀리려는 듯 초록빛을 10가지는 섞어 쓴 듯하다. 음영이 뚜렷하지 않고 흩뿌려진 화면을 보는 듯 몽롱한 기분도 들고 오솔길 주변은 나무와 이름모를 풀, 꽃으로 가득 차 있다. 민들레 홀씨인가 했는데 눈을 어지럽히는 빛깔의 무언가가 떠 다닌다. 비눗방울도 아닌 투명한 빛무리가 손으로 쥐려하면 사라진다.
이 숲을 끝없이 걸어가는 듯한 느낌. 그래도 무섭지는 않고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하게 된다.
-M.Rabel.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세계 1차 대전 포화 속에 오른손을 잃고 말았다. 그를 위해 라벨은 왼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피터 도노호는 이 곡을 칠 때 오른손으로 피아노를 잡고 연주를...
라벨 음악을 직접 듣기는 처음인데 판타지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을 더욱 흥분시켜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간 친구는 '천공의성 라퓨타'가 생각났다고. 또 피아노협주곡이지만 관악기를 정말 잘 이용했다. 오케스트라 모든 관악기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
-G.Gershwin. Piano Concerto in F Mjor
마지막 곡은 울 여왕님이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쓰셨던 곡으로 유명한 거쉬인 피아노협주곡 F장조. 말이 필요 없이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귀고리를 하고 목이 파인 드레스를 입은 세련된 여인이 그에 걸맞는 남자와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앵콜로 무려 거슈인 랩소디인블루를 연주해줬다.
피아노협주곡만 내리 세 곡을 연주한 노익장이 대단했다. 지휘는 성기선씨가 맡았는데 작품 하나하나를 조근조근 설명해줬다. 친절한 지휘자 좋아요~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환절기 탓인지 기침소리가 너무도너무도너무도 잦았다는 건데, 그것도 참지도 않고 그냥 막 내지르는 느낌... 이번 공연에는 거의 1층 전체에 초대권을 뿌린 것 같던데 가격을 좀 낮추고 초대권을 없애면 공연 문화가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예전 글 > 벽 보고 말하는 로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0) | 2012.06.03 |
---|---|
외로움에 대하여<1> (2) | 2012.05.31 |
드디어 티스토리랑 모바일 연동 됐다. (0) | 2012.05.07 |
삼성은 이대로 무너지는가. (1) | 2012.04.29 |
[발레]스파르타쿠스를 봤다 (0) | 2012.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