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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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피터 도노호, 강남 심포니 협연

로얄곰돌이 2012. 5. 13. 20:22

 

(여름 예술의 전당 야외 분수 앞마당은 정말 좋다. 잔디에 앉아서 분수쇼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아기들이 뒤뚱뒤뚱 뛰어다니다가 조각 위에 올라 누웠다 뒤집었다 하는데 그걸 또 엄마 아빠가 가서 살짝 들어 올려 세우고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이쁜지. 땀을 말려주는 바람을 느끼는 것도 참 좋아. 머리가 폴폴 날리는 것도.)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수상자 시리즈

피터 도노호와 강남 심포니 협연을 보고 왔다.

-M. Rabel. Piano Concerto in G Major

문득 정신이 들었는데 난 숲 속에 떨어져 있고 숲은 누굴 홀리려는 듯 초록빛을 10가지는 섞어 쓴 듯하다. 음영이 뚜렷하지 않고 흩뿌려진 화면을 보는 듯 몽롱한 기분도 들고 오솔길 주변은 나무와 이름모를 풀, 꽃으로 가득 차 있다. 민들레 홀씨인가 했는데 눈을 어지럽히는 빛깔의 무언가가 떠 다닌다. 비눗방울도 아닌 투명한 빛무리가 손으로 쥐려하면 사라진다.

이 숲을 끝없이 걸어가는 듯한 느낌. 그래도 무섭지는 않고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하게 된다.

-M.Rabel.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세계 1차 대전 포화 속에 오른손을 잃고 말았다. 그를 위해 라벨은 왼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피터 도노호는 이 곡을 칠 때 오른손으로 피아노를 잡고 연주를...

라벨 음악을 직접 듣기는 처음인데 판타지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을 더욱 흥분시켜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간 친구는 '천공의성 라퓨타'가 생각났다고. 또 피아노협주곡이지만 관악기를 정말 잘 이용했다. 오케스트라 모든 관악기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

-G.Gershwin. Piano Concerto in F Mjor


마지막 곡은 울 여왕님이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쓰셨던 곡으로 유명한 거쉬인 피아노협주곡 F장조. 말이 필요 없이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귀고리를 하고 목이 파인 드레스를 입은 세련된 여인이 그에 걸맞는 남자와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앵콜로 무려 거슈인 랩소디인블루를 연주해줬다.

피아노협주곡만 내리 세 곡을 연주한 노익장이 대단했다. 지휘는 성기선씨가 맡았는데 작품 하나하나를 조근조근 설명해줬다. 친절한 지휘자 좋아요~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환절기 탓인지 기침소리가 너무도너무도너무도 잦았다는 건데, 그것도 참지도 않고 그냥 막 내지르는 느낌... 이번 공연에는 거의 1층 전체에 초대권을 뿌린 것 같던데 가격을 좀 낮추고 초대권을 없애면 공연 문화가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