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본문
대선 전후로 정치 혐오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치관련 뉴스나 선전전만 봐도 짜증이 울컥울컥 나서 웬만하면 뉴스도 안 보고 피해다니려고 한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게 지선 선거운동인데 이건 뭐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는 이상 길거리 어디를 가도 선거운동원을 마주칠 수밖에 없어서 요즘 내 유일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많이 양보해서 지하철역 안팎에서 인사하고 그러는 것 정도는 뭐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아니면 우리 동네 의원들이랑 자치단체장들 언제 마주치고 얼굴이라도 한번 보겠냐. 그리고 싫은 놈들은 한번 째려봐주면서 나름 의사표현도 할 수 있고. 정말 싫은 건 유세차량이랍시고 노래 틀고 돌아다니는 트럭들이다. 이건 뭐 주택가고 도서관 앞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주의력을 깨는데 진짜 나가서 박살 내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 후보도 한둘이 아니니까 수시로 이놈 왔다 저놈 왔다 귀를 더럽히고 있어. 내 귀ㅠ
듣기 좋은 노래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 싸구려 정치판에서 한다는 짓은 그냥 대충 뽕짝에 사람 이름 입혀서 주구장창 불러제끼는 것뿐이다. 채소, 계란이나 중고 가전제품 트럭이랑 비교해도 한참 질이 떨어진다. 이 분들은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라임 연구도 한 듯 연속되는 리듬 안에 정보를 최대한 실어 ‘메시지’를 던지거든. 즉, 필요한 사람에게는 유용할뿐더러 나름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방송이란 말이지. 이렇게 놓고 보니 비교하는 게 죄송스러울 지경이네.
저런 노래 만들면서 이게 사람들 귀에 콕콕 박히네 어쩌네 논의랍시고 했을 캠프 회의 장면을 상상해보면 좀 슬프기까지 하다. 누구하나 우리 이왕 하는 거 좀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걸 골라보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잖아. 도대체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하는건지 엄두가 안 나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전의를 상실할 것 같다. 정치 과잉인 나라에서 선거가 축제가 되고, 국민들 참여 수준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 싼티 경쟁이라는 게 참…
정치가 이러니 결국 대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선거용 트럭 노래 금지, 데시벨 몇 이상 금지 뭐 이런 규제밖에 없는데, 정치부터가 이러니 그렇게 규제 풀자고 난리는 치지만 우리 국민들은 끝없이 규제를 갈망하게 되는 것 같다. 없애고 싶은 게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