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술 마시고 싶다 본문
공부한다고 술 끊은지 벌써 몇 달째인지. 20년을 낮밤으로 술을 마시고 살았는데 공부하느라 술을 못 마시네.
뭘 외워도 외워도 자꾸 까먹는 이유가 술을 그렇게 신나게 마셔댔던 것 때문일텐데, 원망은 커녕 이놈의 술 생각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추우면 추우니까 따뜻한 국물 보글보글 끓이면서소맥 한잔 했으면 싶고, 더우면 더우니까 오이스터베이 같은 내가 좋아하는 쇼블에 얼음 동동 띄워서(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질색하겠지만ㅋㅋㅋ) 멍게나 오징어회 같은 거 한 접시 놓고 홀짝 하고 싶고. 날 좋은 점심에는 쌀국수나 샐러드 같은 거 먹으면서 맥주 한 캔만 딱 마셨음 좋겠고. 비오는 날엔 혼자 빗소리 들으면서 간단히 뭐 볶거나 들기름에 두부나 부쳐서 또 레드와인 한 잔 하고 싶다.(페어링도 대충 한다. 술 곁들이면 그냥 다 맛있음)
지난 몇 달간 도무지 어떤 음식도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는데, 술을 곁들인다고 생각하면 먹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다. 그렇다. 그냥 술을 마시고 싶은 거다.
중독이 참 무섭구나. 몇 달 안 마시고 살았는데도 계속 마시고 싶고 문득문득 엄청 간절해진다. 누가 금연은 평생 참는거라던데 나한테는 술이 그렇다. 끊는 게 아니라 그냥 참고 사는 거다. 지금도 9월을 기다리는 이유가 공부하는 게 지겨워서가 아니라 시험 끝나고 마실 술 한잔이 간절해서다.
아오 미친 술꾼아. 술 생각 좀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
p.s 찾아보니까 제대로 술 마신 마지막날이 올해 새해 넘어오던 저녁이었네.
좋았던 추억이다. 몇 병이고 집에 있는 와인은 다 동내야 끝.. 도 아니고 와인 끝장내면 보드카 꺼내 먹곤 했던, 문 선배와의 마지막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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