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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안 세상

만약에

로얄곰돌이 2024. 12. 5. 22:00

공군이 계엄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 받아서 계엄군이 국회에 의원들보다 먼저 도착했다면?
계엄군이 여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체포, 구금 했다면?(실제로 체포조와 저격수가 현장에 있었고 계엄군은 창문을 깨고 국회 진입을 시도 했다.)
계엄군과 국회 앞 시민들과 유혈 사태라도 벌어졌다면?(계엄군은 무장했고 실탄도 있었다. 군사 병원에 전시 분류작업 지침이 내려왔다.)
이 상황을 합헌으로 조작하기 위해서 실제로 북한에 총이라도 한 발 날렸다면?(군사경찰이 양구군청부터 접수했고, 전방 군인들에게는 유서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틀 전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만약에'를 상상하다보면 혼이 빠질 것 같다. 4.19를, 5.18를 영상, 사진으로, 다양한 증언집과 소설이나 영화로 생생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이 며칠씩이나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이다. 이틀 전부터 아침마다 잠 못 잤다는 게 안부 인사가 됐다.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언제까지 안고 살아가야 하나. 이런 상황을 유야무야 깔아뭉개고 넘어가려는 국짐인지 뭔지 의원들이라는 새끼들은 이 나라의 역도이고 역사의 죄인이다.
군대와 특정 프로파간다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상황에 대해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만약에'가 '실제로'가 됐을 때를 겪어보지 않았고, 상상할 수 없겠지. 아니, 힘의 편에 붙으면 본인들은 안전하리라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어느 날 껄렁껄렁한 청년들이 시골 학교를 찾았고,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아 물었다고 한다. "느그 선생 빨개이제?" 위협적인 목소리에 놀란 학생이 얼결에 "예"라고 답했고, 그 길로 그 학생의 담임인 A씨는 어디론가 끌려가서 며칠을 두드려 맞고 고문 당한 끝에 집에 피떡이 되어 돌아왔다. 경남 소도시의 그냥 평범한 소학교 교사였던 A씨의 인생은 그렇게 우연하게, 가벼운 한 마디 말로 송두리째 뒤집혔다. A씨는 죽을 때까지 벌벌 떨었고, 늘 어디론가 끌려가는 공포에 시달렸으며 골병이 들어 집에서는 약 달이는 냄새가 가신 적이 없었다. 누군가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투표를 안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늘 1번만 찍었다. A씨는 우리 외할아버지다. 당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누가 장담하랴. 나중에 알게 됐지만 A씨를 잡아간 사람들은 빨갱이를 숙청하자는 명분 아래 일상에서 폭력을 일삼던 서북청년단이라는 단체 일원이었다고한다.

이 정권이 들어선 다음부터 뉴스를 잘 보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 중에 내 가치 지향에 부합하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뉴스를 틀어 놓는 것도 스트레스라 그냥 채널을 돌려버렸다. 보면 볼수록 저 자는 대한민국을 멸망시키는 게 목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금 중 가장 비중이 큰 정책 자금을 줄이고, R&D 연구비를 삭감해 성장 동력을 꺾어놓음. 그나마 여력 있는 대기업이나 부동산 부자들 세금 깎아 정책 자금 확보 여지도 없앰. 카르텔이니 뭐니 알 수 없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바보라도 안다. 돈 흐름을 막아놓고 경제를 어떻게 살린단 말임? 거기다 물가 관리 안 하고, 노동자와 농민들 죽으라고 떠밀어서 내수 망가짐, 부동산 떠받친다고 제 때 금리인상 못한 게 부메랑처럼 환율 인상으로 돌아옴. 자주 국방은 안중에 없고 일본 자위대를 영토 내로 끌어들이려고 번번이 시도. 북한이나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전쟁 위험 높임.

그렇지만 나는 탄핵하자는 여론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부여한 권력을 회수하는 것으로 달성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러한 가치 지향에 맞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선거로 달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누가 싫어서 내 한 표를 막 던져대는 시민들이라면 막가파 대통령을 뽑아서 5년간 고생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끝에 다시 한 번 그 표의 무게를 곱씹어보고 보다 나은 결정을 하는 게 시민의 책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탄핵에 찬성이고 반대고 입장을 정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군대를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획책한 자를 처리하는 데 찬반이 어디 있고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서 나는 저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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