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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요즘 맛을 들인 게 있다. 집에 들어올 때 지하철에서 파는 특산물 구경하기. 구경하다 보면 사고 싶고 그래서 몇 개 사봤는데 질이 괜찮고, 그래서 또 구경하고 카드를 꺼내드는(십지어 카드 결제도 된다) 악순환 구렁텅이에 발을 슬슬 빠져들고 있을 때쯤 어제도 지하철 계단을 걸어 올라오니 눈 앞에 남도 특산물 판매대가 펼쳐져 있고, 늦은 시각이라 딴 건 다 접었는데 뭔가 쌓여 있어서 보니 그럴싸하지만 그럴싸하지 않은, 하지만 내 취향에는 맞는 '콘플레이크 천마차'가 쌓여 있었다. 생마도, 생마 갈은 것도, 마차도 좋아해요. 참고로 천마에는 유래가 전해지는데, 어떤 아가씨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어머니가 전신 마비, 약초를 찾아 헤맸는데 차도가 없음, 한 청년이 나타나서 약초를 줬는데 마비가 풀림, 이 약..
김연수 중단편 단행본 '세계의 끝 여자친구' 마지막에 수록된 '달로 간 코미디언'을 읽고. 부모님의 삶을 맨 처음 떠올려 본 게 언제였더라. 대학에 들어가고도 한참 지났을 때였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이 하나 둘 결혼 하는 걸 보면서, 또 결혼 후 내 삶을 상상해보기 시작한 뒤인 것 같다. 어느날 불현듯 머리를 파고드는 질문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전까지 내 세계에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은 텅 빈 공간이었다.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다.... 이 질문을 떠올렸을 때부터 가끔씩 부모님이 들려주던 옛이야기를 곱씹으며 50년 남짓한 인생을 공감하려 애써 봤다. 그런데 좋은 일, 자랑스러운 일은 금세 이해가 됐지만 어떤 고통이 그들을..
어느날 문득 방에 살아있는 거라곤 나밖에 없다는 걸 느끼고...(건물이 지은지 얼마 안 되서 바퀴벌레도 안 나옴) 생물과 정을 나누면서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을 나눈 뒤에는 일심동체가 되기 위해 먹을 수 있는 걸로만 골랐다. 이번 로얄 애그리컬추럴 프로젝트는 검은콩이닷! 다이소에 가서 에코포트를 샀다. 검은콩은 빨리 크기 땜에 리틀가든은 없고 에코포트만 판다. 에코포트는 이렇게 생긴거. 분갈이 할 때 화분째로 넣으면 알아서 분해가 된다고. 좋구나! 흙을 털어 넣고 1~3cm를 파서 검은콩을 넣은 다음에 흙을 덮는다. 물을 듬뿍 뿌린다. (근데 물 한번에 너무 많이 주면 막 화분이 새ㅠㅠ) 햇볕 안 드는 방바닥에 놔두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콩나물 대가리가 올라온다. 아직까지 콩깍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