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긍정적인 세상(5)- 열정페이 따위는 개도 안 받는 거다.... 응? 본문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삶에 열정적이다. 월급은 대충 도시근로자 평균 또는 그 이하로 받지만 혼자 쓰기에 그렇게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년 여름 휴가지는 해외고 역시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과 가끔 만나 비싼 음식을 즐기면서 회사 상사 욕을 한다. 돈이 꽤 많이 드는 취미 생활을 찾아 즐기고 운동하는데 시간이나 비용을 쓰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일에서도 매사에 적극성을 보여서 상사에게 나름 인정도 받는다. 주말을 쪼개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3월부터 한달에 절반 이상은 휴일 근무를 했다.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부양 가족이 없고 육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이 기간을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시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고 적고 보니, 이건 바로 로얄이의 일기.....
로얄이는 작년 언젠가 "배우면서 일하니까 월급은 적게 받아도 괜찮아요"라고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하던 대학생을 걱정하며 열정페이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포스트를 올린 적 있다. 결국은 그 학생이 그 일을 하면서 쓰는 비용은 부모와 다른 사회에 전가된 것이라며 성토를 했었다. 그런데 로얄이의 요즘같은 '열정적인' 삶을 돌이켜 보면 민망할 따름이다. ㅠㅠ
지금도 로얄이는 일요일 오후, 회사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노동은 당연히 무급이다. 여름 휴가 기간에는 갑자기 출장이 잡혀서 발권까지 했던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대참사를 겪기까지...ㅠㅠ (결국 여건상 쥐꼬리만한 휴가 5일도 다 못 쓰고 대충 3일 정도만 다녀오기로)
노동자가 인정 받는 세상은 자본가가 자본의 대가를 받아가는 것처럼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는 세상을 말한다. 그게 로얄이가 이런저런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듯하다... 지금 바로 부장한테 이런 장시간, 무급 노동에 대해 거부한다는 뜻을 단호하게 밝히고 마감을 펑크내 버리면 시말서 쓰라고 하겠지?(이것도 로얄이가 굳이 시키지도 않은 기획안을 올린다고 설치는 바람에 없던 일을 만들어 내서 하고 있다는 게 함정.)
그러고 보니 작년에 손학규가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저녁 7시에 대선후보출마 선언 행사를 시작했던 게 기억나네.ㅋㅋㅋ
'예전 글 > 벽 보고 말하는 로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들하십니까의 반향 (0) | 2013.12.15 |
---|---|
한계 (0) | 2013.11.04 |
손 쓸 도리 없는 (2) | 2013.07.29 |
날이갈수록 피곤하구나 (2) | 2013.07.22 |
[김규항의 좌판](30)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이강택-을 읽고 (0) | 2013.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