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김규항의 좌판](30)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이강택-을 읽고 본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2012112345&code=210100
노조 교육이 있을 때마다 많은 활동가들이 했던 말이 있다. "특히 이 집단은 자신이 노동자라는 자각 조차 없기 때문에 더 노조 하기가 힘들다"라는 것. 몇 년간 여러가지 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이 말이 명확한 사실이라는 점을 깨달아 가고 있는 요즘이다.
좋은 대학 나오고 '언론고시'라는 걸 통과한 소위 엘리트라 자부하는 기자, PD가 주축이된 언론사에서 연대의 가치는 무너진지 오래다. 정치부든 산업부든 줄 잘대서 어디 옮겨갈 자리만 보고 있는 기자가 수두룩하다. 잘 나가는 기자는 잘난만큼 높은 자리에 가고 싶다는 욕심이 큰데, 이게 결국 연대를 힘들게 한다. 못 나가는 기자라면 모범생으로 자라온 내력 탓에 언론인이라 말하기 부끄러울만치 기존 가치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 없이 시키는대로 지낸다.
요즘 삼성맨들을 만나보면 최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있고, 삼성은 그 엘리트들의 엘리트 주의를 끊임 없이 자극시켜 일반 노동자와 '삼성맨'을 구별짓고 본인 스스로 무노조에 적응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학력이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하다가 목줄이 경각에 달리면 그제야 아 내가 한갓 월급쟁이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거다. 또는 충분히 알지라도 회사(라고 일컫지만 실제로는 오너나 주주)에 충성하는 게 오래가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입 닫고 산다.
하지만 언론인은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이 어떤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아래를 내려다 보고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이 구름 위가 아니라 맨땅이라는 걸 되새겨야 한다. 나는 고위공무원이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기업 총수나 임원도 아니며 언론사 사주도 아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강택 위원장이 지적한 '양비론'의 허구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땅에서 두 발로 뛸 수밖에 없는 사람과 공중에 떠서 날아가는 사람의 입장을 '공평하게' 반영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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