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긍정적인 세상(4)-누가 더 깡패짓을 많이 했을까 본문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20489221&sid=010731&nid=000<ype=1
내일자 한경 가판에 희한한 기사가 떴다. 매경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을 1면 톱으로 실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잘난 언론인 중에는 언론 사주나 기자의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동종 업계" 운운하며 보도를 자제하는 게 관례라는 등신들이 판쳤는데(막상 지상파-종편-보수-진보 등등 여러 갈래로 싸워왔지만), 이번에 1,2위(매출액 기준) 경제지라는 두 곳이 서로 비리를 고발한다며 맞붙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한 로얄의 감상.
XXX파와 XXX파가 결투하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언론사라 자처하는 조폭들의 깡패짓은 오래된 일이다. 어린 학생들이 흔히 생각하듯 기자가 소스를 얻기 위해 정보원에게 접대를 하고 잘 보이려고 억지로 술을 쳐먹는 일은 없다. 정부와 웬만한 큰 기업은 공보팀과 홍보팀을 운영하고 있고, 기자는 일명 '조지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로 공짜로 밥을 얻어 먹고 다닌다. 공짜밥에는 밥 뿐만 아니라 광고도 포함된다. 물론 그동안은 '밥은 얻어먹을지언정 기사는 올곧게 쓴다'는 나름 어처구니 없는 기자정신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언론사가 난립하고 인터넷에서 정보가 떠돌고 또 재작년 말 엄청난 광고비를 필요로 하는 종편이 등장하면서 그 기자정신이라는 것도 점점 저렴하게 변해왔다.
특히 온라인 경제지로 출발한 M모 매체의 탄생은 언론계를 일대 혼란 속으로 몰아 넣었다. 기자 고과를 매길 때 협찬 등으로 등급을 줘 매출이 급신장 했으니, 많은 언론사주들이 이를 벤치마킹 하는 건 당연지사. 강력한 리더십, 엄격한 계율, 의리로 뭉쳤던 조폭들이 비열한 거리의 주인공이 됐던 것처럼 기자정신이 빛나던 한국 언론계도 공갈범이나 돈 있는 곳에 빌붙는 놈이 판치는 곳이 됐다. 어느 언론사마다 '빨아주는(홍보성)' 기사와 조지는 기사를 놓고 기업을 관리하게 됐다. 초반에 광고를 안 주면 시리즈로 조졌다가 유력 광고주가 되면 빨아주는 패턴이 전형적이다.
그 와중에 가장 앞으로는 거룩한 척, 뒤로는 적극적으로 기업(광고주)들을 관리해 온 두 개 매체가 정의의 이름으로 일전을 벌일 모양이다. 재미있다. 그것도 문제의 시발점이 언론사주에 대한 비판 기사였다니 이 또한 우습지 않은가. 아 그러고 보니 한 7~8년 전에 회장님이 소득 탈루, 세금 포탈 혐의로 잡혀가니까 "회장님 힘내십쇼" 하면서 소리지른 기자들도 있었구나.ㅋㅋㅋ
사실 이렇게 낄낄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썩은 곳을 지적하고 권력을 견제하기 보다 오직 자신의 일신과 조직의 안녕만 챙기는 정글이 됐다는 걸 보여준다. 가장 비판적이어야 할 기자들마저 자기 조직의 대변자가 되길 자처하는 상황이라면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인가. 정말 안타깝고 괴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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