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많다 본문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게 유력하다고 주변 사람들이 멘붕인가보다. 어떻게 이럴수 있냐, 이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이민 가고 싶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이 집권해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13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뭉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자식에게 "경쟁에서 친구를 밟고 이기라"고 말하지 않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좋은 게 있으면 나누라"고 이야기 하는 것.
-학교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경쟁을 강요하거나 시험 점수를 놓고 학생들을 줄세우면 문제제기하는 것.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
-특히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과 연대 의식을 갖는 것.
-자본가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자본가에게 동류의식이나 동정심을 갖지 않는 것.
-대기업 프랜차이즈 유통점을 이용하지 않고 동네 슈퍼를 찾는 것.
-언론 장악 세력의 주요한 물주인 대기업 상품을 불매 하는 것.
-자본가를 돕고 개인을 희생시키는 세금제도, 환율 조정 등 정부의 각종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
-명분과 원칙을 지키며 사는 것.
아까 낑낑이랑 차 타고 가다가 깜박이 켜고 들어가니까 오히려 악셀 밟아 들어오는 차 때문에 놀란 일이 있었다. 마침 라디오에서 대선 보도가 나오고 있었고, 그러고 보니 차 한대보다 더 빨리 가보겠다고 이렇게 아웅다웅 살아야 하는 개개인의 삶이 모여서 오늘 같은 결과를 낸 게 아닐까 싶었다. 새치기 하더라도 남을 이겨야 하고, 더 잘살아야 한다는 악에 바친 의지들이 어딜가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뿐만 아니다. 삼성공화국을 한탄하면서 전자제품은 삼성 로고가 박힌 걸 고르고 옷은 제일모직을 제일로 쳐준다. 우리가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계속 돈을 쥐어주는 한 삼성은 절대 무너질리 없다. 우리 돈을 받아가서 법과 권력을 요리하며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재벌 자본가들이 투표장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한다고 갑자기 반성할 일은 없다. 정권교체를 한다고 천지가 개벽하지는 않는다. 언론이 삼성기사를 잘 써준다고 조롱하지만 정작 삼성의 언론 장악을 가능하게 하는 게 내가 삼성에 쥐어준 돈이라는 건 간과한다.
또 자본가나 권력에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 학교를 다녀봐도 회사를 다녀봐도 당장의 학점 1점이나 월급 몇 만원 단위에는 벌벌 떨면서 정작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부당한 인사에 대해서는 입 뻥끗 안 하고 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본주의가 자본이 돈을 버는 제도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자기가 못 사는 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든가 '우리 부모님은 왜 가난해서 날 이 고생 시킬까' 원망만 하고 또 자본이 펴낸 긍정론에 위로 받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아무리 민주적이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사람들이 변하지 않으면 효과가 있을리 없다. 결국 독재자 딸이 집권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독재자의 딸이 상징하는 바를 행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회를 바꿔야 세상은 바뀌고 우리들이 바라는(물론 나랑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찍은 후보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부터 변하고 또 주변을 바꾸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실천까지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궁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1300만명 힘이 뭉치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오늘 결과가 내게 준 교훈은 이거다.
(그리고 난 앞으로 5년도 월급 따박따박 잘 받고 좋은 사람들이랑 먹고 싶은거 먹으러 다니고 주기적으로 해외 여행도 다니면서 잘 살 것 같다. 다만 위에 열거했던 내용들은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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