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중국의 내일을 묻다, 문정인 본문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생각은 두 가지다. 전세계 가장 많은 인구를 가졌고 넓은 영토와 광물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패권을 쥐게 됐을 때 벌어질 세계정세 변화에 대한 우려가 한 가지, 또 하나는 아직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과하게 깎아내리는 것. 두 가지 시선이 사실은 한 가지 지점에서 맞닿는다. 중국은 발전하고 있고 세계 정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것. 특히 제 2차대전 종식 후부터 패권을 쥔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주요한 관심사다. ㅈ금은 새로운 냉전을 불러올 수도, 또는 평화와 협력으로 나갈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문정인 교수는 중국 석학들과 1대1 대담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유기체는 단 한사람의 학자의 생각대로 흘러갈 수는 없을 것. 그래서 이 책을 쭉 읽다보면 중국 정치외교학계를 관통하는 생각의 맥락을 대충 짚을 수 있다. 중국 석학들은 중국의 비상에 대해 자신 있어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임을, 그리고 소수민족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또 계속 강조하는 건 '도광양회'에서 '화평굴기'로 변한 국정 철학이 '굴기'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라는 내용이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학자들은 굴기보다는 평화로운 세계를 이끄는 중심 국가로 중국의 지위를 만들어가고자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반도나 동북아 문제는 뒤 쪽에서 다루는데,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에 대단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수많은 나라 중 하나일 뿐, 경제 군사 대국 미국이나 경제 대국 일본과는 중요도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그나마 북핵 문제가 한국에 대한 중요성을 조금 더 높여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한중 관계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북핵 문제나 천안함 등 여타 대북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한국 입장을 고려하거나 한국의 요구에 따를 거라는 낙관론은 버리는 게 낫다. 결국 한중 관계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하게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본과 비슷한 정도의 경제 규모로 성장해 경제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 또 하나는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그리고 한국이 중-미 사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확보할 수 있으려면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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