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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노트

詩 푸른 곰팡이, 이문재

로얄곰돌이 2012. 6. 3. 18:45

(푸른 곰팡이,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페이스북으로 프라하에 있는 사람에게 실시간 메시지를 보내면서 생각했다. 정말 좋은 세상이라고, 그런데 한편으로 이메일을 보내 놓고 기다리다 받은 답장만큼 즐겁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곱게곱게 쓴 편지를 보내고 편지가 걷는 길을 상상하며 답장을 기다리던 때가 언제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