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마라톤 대회 본문
몇 년만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봤다. 언제 등록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바다의날 마라톤이라는 걸 신청해놨었음. 문자랑 택배가 와서 알았다. 기념품으로 멸치를 받았는데, 거기 혹해서 신청했었나봄. (멸치, 고추가루, 쌀 이런 지역 특산물 주는 대회 좋아함)
장소가 여의도라 더 좋았다. 명색이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데 적어도 인천 앞 바다는 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하필 지난주에 맥이 풀리는 바람에 러닝 훈련이 안 됐고, 전날 저녁에 술을 마셨는데 안주도 부실해서(연남동에 있는 리춘시장?이란 델 갔는데 중화요리 술집인데 뭘 시켜도 참 별로였다) 아침부터 배가 부글거렸다. 참 가지가지 하는 장이 또 지랄난 것. 이것 땜에 집에서 나가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다. 배는 아픈데 화장실 가도 해결이 안 되고 일단 뛰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여의도로 향했다. 출발 10분전 도착. 그런데 주차장에 차 세우자마자 신호가 와서 바로 화장실행… 겨우겨우 시간 맞춰서 출발선 달려가서 후다다닥 뛰기 시작했다.
러닝 카페 같은 데 가보면 대회 버프라는 게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랑 경쟁적으로 달리다 보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는 썰이다. 그런데 장 컨디션도 별로인데다 나는 사람들한테 치여서 오히려 속도가 생각대로 안 붙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글우글 몰려 뛰니까 추월도 힘들고 부딪히고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아저씨들은 왜 굳이 옆으로 다가와서 헉헉 대는지;; 본인은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만 다같이 힘들어도 여자들한테서는 그런 소음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왜 굳이 소리를 내서 불쾌감을 주는지 참 의문이다.
암튼간에, 평소 뛰던 것처럼 설렁설렁 뛰었는데 더 힘들었고 기록도 생각만큼만 딱 나왔다. 훈련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왜 안 하는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