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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2012년, 뜨거운 여름 관악산

로얄곰돌이 2012. 7. 29. 22:03

2012년 7월 28일

서울 기온 섭씨 33도.

오전 11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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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지난번부터 계곡을 정비해 나가고 있는데 아직 안 끝났나보다. 산 중턱까지도 돌을 다 깨고 등산로를 옮겨놨다. 바짝 마른 계곡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돌 무더기를 보니 더 덥다. 이 옆에 지날 때는 정말정말 더웠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데다 햇볕이 내리 쪼여서 이러다가 더위 먹어서 그냥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

또 변한 풍경 하나... 깔딱고개 바로 위에 있던 막걸리 장사가 없어졌다.... ㅠㅠ

나름대로 정비를 한 건가본데... 내려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들었다. 혼자 산에 오를 때마다 정상 부근에서 아이스께끼를 하나 사 먹으면서 엄청난 기쁨을 만끽하곤 했는데, 또 가끔은 막걸리 한 사발에 마늘쫑 된장에 찍어먹으면서 '이런 게 인생이구나'며 짧게 산 삶일지언정 희로애락을 모두 느껴봤다고 생각했던 터.

'잡상인'에 대한 내 견해는 이렇다. 너무 무질서해서 도저히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없게 만들거나, 쓰레기 때문에 산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계곡 등을 완전히 막아서 공용 공간을 사용으로 쓴다거나 하는 정도만 아니면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게 맞다. 어차피 웬만한 사람이라면 돈 좀 더 벌겠다고 산 정상까지 음식들을 들고 나르지는 않을테고, 약간 불편한 데 비해 얻는 편익이 더 크기 때문. 힘들게 산을 올랐는데 시원한 얼음물 한 사발 떠 주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이 천국 아닌가.

북한산 자락이나 남한산성 부근처럼 무단 점유 음식점이 난립하는 곳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관악산은 꽤 질서가 잡혀 있었다고 봤었다... 더 문제는 가게가 없어지고 사람들이 직접 음식을 지고 올라가니까 오히려 산 곳곳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더라는 거지. 예전에는 잡상인 주변 딱 그 자리에서 먹고 쓰레기는 이른바 '잡상인'이 처리 했는데, 이제는 싸가서 먹고 무겁고 치우기 귀찮으니까 그냥 버리고 오는 것 같다. 물이 흐르는 고무호스를 너무 옥죄면 옆구리가 터진다.  

아무튼 정상으로 간다.

 연주암에서 탑을 새로 지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할 말은 많지만) 

관악산에 오를 때마다 여기서 언제나 사진을 찍는다. 빅픽처를 안 읽어봤는데 한번 봐야겠다.  

 정상. 덥다 덥다 너무너무너무너무 덥다. 사진을 다시 봐도 덥다.(대략 오후 1시쯤)

계곡물에 발 담그는 거 잘 안 했는데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서 잠깐 쉬었다. 정말 시원하다. 산 정기가 녹은 물이 몸으로 들어와서 힘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웠고, 이런 날 산 타도 안 죽는다는 걸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