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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베를린 가는 길. 복잡한 대중교통과 초록색 오우거

로얄곰돌이 2012. 7. 2. 20:23

암스테르담을 떠나 베를린으로 향했다. 제일 마지막 비행기가 6시 55분이었던가. 저가항공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이지젯을 예약하고 갔는데 멋 모르고 수하물 체크 안 했다가 공항에서 30유로를 물었다.ㅠㅠ(온라인 예약할 때 체크하면 20유로니까 이지젯 타실 분들은 꼭 참고하세요.)

 하지만 난 앞으로 저가항공은 안 타기로 했다. -_-;; 전에 제주도 갔다 올 때 제주항공 탔다가 돗대기 시장을 한번 경험하고 멀미까지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거의 그 꼴. 하필 내 옆에 초록색 옷(잘 몰랐는데 셀틱이라고 하네)을 입은 오우거가 탈 게 뭐람. 심지어 "애이시안걸 옆에 앉아야징~~~"이러면서 앉았음.ㅠㅠ  뱅기 타러 갈 때부터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초록이들이 단체로 이 비행기를 탔고, 그들은 모두 술이 취했고, 뱅기 안에서 또 술을 마셨고, 술냄새를 풍풍 풍기면서 계속 나한테 말을 걸었고, 난 "너 냄새 나니까 말 좀 하지마"라고 했음에도 끝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꾸지리한 이야기. 암튼 내 옆에 있는 초록 즘생은 내가 남친이 있는지 무지 궁금해 했고 핸드폰만 꺼내도 "남친이랑 연락하려고?"라고 묻질 않나 내 왼손 약지를 톡톡 치면서 "링이 없는 걸 보니 남친 없구나!!"라고 귀찮게 굴어댔다. 어딜가나 못난 남자들은 비슷한 것 같애. 

아무튼 끔찍한 한시간 반을 보내고 드디어 독일 땅에 내렸다. 내가 오매불망 가보고 싶어하던 곳. 무너진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곳, 카라얀과 푸르트뱅글러가 살았던 곳, 베를리너 필하모니케 연주를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곳, 히틀러가 지배했던 곳, 동서독의 역사를 모두 간직한 곳,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는 곳, 어떤 이유로든 또 가고 싶은 곳.

어서 오라.

 저 곳은 천국임?

 한국에서 출발해서 한번 경유해서 들어가면 보통 테겔 공항으로 간다던데, 암스테르담에서는 쉐네펠트 공항으로 간다.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내로 들어갈 수 있다.

자, 그럼 숙소가 있는 프리드리히스트라쎄까지 가볼까!!!

 

젠장,

어디서 뭘 타야 하는지 몰라서 눈 앞에서 열차를 놓쳤다.ㅠㅠ(그 덕분에 또 한번 초록이들이랑 열차간에서 마주치게 되고.... 2층에서 내려와서 "예~프렌드~ 같이 놀자"라고 또 치근덕) 다행히 왕 친절한 신사를 만나서 가드를 받았다. 신사가 내가 타야 할 열차가 뭔지도 알려주고 내릴 때도 같은 칸에 타고 있다가 이야기를 해줬다.+ㅁ+

베를린의 흔한 대중교통 티켓. 플랫폼에 보면 뭔지 알 수 없는 기계가 있는데 거기 구멍에 화살표 방향으로 티켓을 밀어 넣으면 펀칭이 되면서 날짜랑 시간이 찍힌다. 베를린ABC는 ABC 구역 내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제일 긴 노선표다.)

베를린 전철은 처음에는 플랫폼도 헷갈리고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한두번만 타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여행객들은 특히 편리한데 ABC 원데이 티켓(6.55유로 였던가?)만 끊으면 버스, 트램, SBahn, UBahn, RE까지 하루동안 다 탈 수 있다. 표에 펀칭을 안 하고 타다가 걸리면  몇 배를 물어야 한다고. 난 처음에 표만 끊고 펀칭해야 하는 줄 모르고 타고 다니다가 누군가 알려줘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저 첫날 표는 마지막 날 중앙역 가면서 썼지!

보통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지하철 노선도만 하나 갖고 있으면 내가 타야할 노선을 파악하고, 그 플랫폼에 서 있으면 전광판에 어떤 열차가 들어오는지 나오니까 그걸 보고 타면 된다. 자전거도 들고 탈 수 있고 버스도 정류장에 노선도가 다 그려져 있고 체계가 잘 짜여 있어서 차가 없어도 전혀 불편할 게 없다. 그래도 처음에는 혼자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참 헤맸다.

또 특이한 건 공항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이 아니면 영어 등 외국어로는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 독일어 공부한다 생각하고 듣고 있으면 재미있다. 실제로 전철 타고 다니면서 발음을 많이 배웠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 도착.

반갑습니다.

(아, 이 사진 보니까 또 가고 싶다. 베를린은 몇 년을 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엄청난 힘을 품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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