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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안 세상

일기장

로얄곰돌이 2021. 9. 7. 23:47

여기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일기장에나 써야 할 내용들이다. 이 블로그의 취지 자체도 그냥 일상 얘기를 주절거리겠다는 거다.

회사에서 보면 하는 일 아무것도 없고 놀러다니는 것 같은데 오너의 총애를 받는 임원이 있다. 직원들이 보기에 가시적으로 내놓은 성과는 없는데 오너는 항상 끼고 돈다. 가족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떤 얘기까지 회자되냐면, 그 인간이 예전에 한번 공장에 불이 났는데 온몸으로 막았다더라, 빵에 대신 갔다더라, 이 회사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그 뭐 엄청난 영업을 따왔다더라 등등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참 기발하면서도 어이 없는 설정들이 그 인간이 지금까지 회사에 붙어 있는 이유랍시고 구전으로 돌아다닌다.

이런 구전을 제일 좋아하는 집단에 있다보니 별의별 얘기를 다 들었던 것 같다. 나도 동참해서 어떤 누군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했었다.

그런데 차츰 그런 우리만 아는 듯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별 감흥이 없어졌는데, 막상 그를 끼고 돈다고 소문난 사장이나, 그 악명 높았던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고 나서 내가 전해들었던 것과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몇 번 느꼈기 때문이다. 뭣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갑론을박하고 조리돌림 해본들, 실제 관계자들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지.

알고보니 노는 것 같은 임원들 대부분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갖고 있으며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오너가 특별히 예뻐한다면 오너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상황 보고와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직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실무를 하지 않을 뿐.

서 있는 자리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했던가. 오너십, 사장마인드에 대한 격정적인 반감 댓글들을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너십에 대해 내가 이해하는 바는,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라는 게 아니라 내 직급에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큰 그림을 보려고 하고 이상을 가지라는 뜻이다. 결정권자는, 사장은 이 사안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를 한번 떠올려 보고 상대방 입장에서 제일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뭘까 생각 한번 해보고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태도, 그걸 가지라는 거다.

내 생각에는 진짜 바보같은 게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태도인데, 그러면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을 그냥 하거나 쳐내거나 나는 단 두가지 선택권만 갖게 되는거다. 그리고 받는 만큼의 일이라는 걸 어떻게 정량화 하냐고. 받는 사람은 더 받고 싶고 주는 사람은 너무 많이 주는 것 같다라면 저런 태도의 유불리는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그래서 꼰대로서 쓰자면(내 일기장이니까) 젊은 친구들이 일단 적극적으로 일을 찾고,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노하우와 공통된 작업을 템플릿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적극적인 사람일수록 이직 오퍼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요, 젊었을 때 인맥 만들기도 더 쉬워요. 막 들이대도 일단 좀 귀엽게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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