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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산다는 것

로얄곰돌이 2014. 4. 11. 20:05

사는 게 무엇인지 아픔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얼마 전에 차가 심하게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을 내다가 이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길래 따라서 흥얼흥얼 불렀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자꾸 이 노래가 귀에 맴돌았다.

 

대학 동아리에 수더분한 후배가 하나 있었는데, 입학 했을때부터 학교 생활도 동아리 활동도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더랬다. 그렇게 바쁘게 살던 친구가 어느 날 행정고시에 철썩 한번에 붙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학 때 로얄이는 그야말로 대강대강 살면서 주어진 시간을 유유자적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고시가 됐다는 말을 듣고 내가 몇 살 더 많은 선배지만 참 존경할만하다 생각했었다. 열심히 사는데다 고시도 한번에 붙은 일명 '엄친딸'. 거기다 배려심도 좋고 누구나 옆에 있으면 참 맘을 편하게 해주는 친구였다.

 

이틀 전 오후 6시가 다 돼 갑작스런 부고를 듣고 7시반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는 역시 동아리 선후배, 동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모으다니 또한번 대단하다 싶었다. 아무도 이유는 몰랐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진 선후배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열심히 떠들다가 왔다.

 

어제는 회사에서 오랜만에 시상식이 있었다. 입사한지 처음으로 대표한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봤다. 진심으로 고맙다. 믿어줘서 고맙고, 어려운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다. 절대로 안 될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느순간 일어났고, 힘들 걸 알면서도 모든 사람이 찬성했다는 게 행복하면서도 기이하다. 힘겹게 회사원으로서 자리를 보전하는데 골몰하는 줄 알았던 이 사람들이 다들 어디에 홀린 걸까. 

 

이렇게 뭉클한 감동을 받은 밤이었지만 밤이 길기도 참 길었나보다. 얼마 후 도는 얘기는 오히려 우리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밖에서 없는 말을 만들어 내고 매도하고 마타도어를 뿌리고 다닌다는 소식이었다. 괘씸하고 황망했다. 그들에게 선배 또는 후배라고 말하는 우리'곤조 강한' 집단이 참 보잘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왕-' 터졌다. 참으로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한참을 울었다. 잘 들어갔냐는 선배 전화가 왔는데 "왜 우냐"길래 "저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라고 꽥꽥 소리지르고 더 목놓아 울어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몇 년전에 만났던 분이 대뜸 전화를 걸어 "밥을 사주고 싶다. 응원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 전화 한통화 때문에 곤란해질 수도 있는 사람이다. 사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중요하게 마음에 담고 있던 사람이 아니어서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 기사가 떴다. 'OO부 20대 여사무관 세종시 오피스텔서 자살'이라는 제목이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며칠 전까지 그와 술자리에서 웃고 떠들었다던 사람들도 아무도 여전히 이유를 모른다. 그저 명복을 빌 뿐이다.

 

이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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