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일상 탈출 본문
일상에서 벗어나려면 사는 장소를 바꾸거나, 만나는 사람을 바꾸거나, 하던 일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요즘들어 너무 같은 사람들 사이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늘 비슷한 대화를 나누고, 사고는 쳇바퀴처럼 멤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도 아무리 길게, 깊게 이어가본들 결론은 도돌이표다. 혹시나 해서 대화를 부여잡아 봤자 내 스스로 참 지겨운 인간이라는 생각만 남는다.
전에는 여행이라도 훌쩍 다녀오면 뭔가 바뀔 것 같았는데 일상으로 복귀하면 역시 변한 건 없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성격상 조심스럽다. 사람들에게 관심 갖고 알아가는 게 귀찮기도 하고. 사는 장소를 바꿀 수는 있지만 내 생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변하지 않으니 이 또한 도로묵이다.
이건 안정된 생활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지금 내 상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 익숙함과도 거리가 멀다. 외롭고 지긋지긋한 감정이 한꺼번에 일어서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다.
아예 새로운 공간,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사이에서 다시 출발하고 싶다. 그것 또한 스트레스이겠으나 적어도 지금처럼 지겹지는 않을 것 같다. 새 삶을 준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