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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와 시험

로얄곰돌이 2022. 5. 13. 14:26

시험이랑 생리가 겹쳤다.

참 마법같은 문장이다.
이 문장을 말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공감과 동정과 응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짧은 문장을 하나 쓰는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ㅈ됐다는 걸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듣는다면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하리라.

생리는 인류의 절반 정도의 삶의 질과 아주아주 밀접하게 관련 있건만 2022년 5월 13일 현재, 우리 은하의 중심 블랙홀을 가시적으로 구현해낸 인류는 그 흔하디 흔한 생리 전 증후군과 생리통에 대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아랫배가 아프고, 머리가 띵하고 복잡하다. 시험 볼 걱정보다 생리 걱정이 먼저라니.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생리통이나 pms가 그리 심한 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생리가 내 삶을 참 많이 갉아먹는다는 생각은 늘 한다.

한달이 4주라면 한 주는 생리를 하고, 그 중에 하루이틀 생리통에 시달리며, 일주일 내내 생리대를 차고 갈고, 혹시 피가 샐까봐 항상 신경 쓴다.(심지어 잘 때도) 생리 전 한 주는 pms 때문에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변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큰데 덩달아 자궁도 부어서 장을 자극하니까 배가 아프기만 하고 해결이 안 되고 찝찝하게 산다. 결국 계산해보면 정상 컨디션으로 살 수 있는 게 인생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셈.

생각이 이렇게 흐르다 보면 신은 왜 대체 우리에게만 이렇게 안 좋은 걸 몰빵해놨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몸집도 작아, 근력도 약해, 매달 생리에 시달려, 출산을 한다면 임신, 출산으로 1년을 날리고 육아에 또 시간을 써야 하고… 보조적인 존재로 만들었으면 자아 정체성이라도 갖지 못하게 뇌를 프로그래밍 하든가 왜 생각이란 걸 갖게 해서 이 모든 것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거지같이 느껴지도록 했는지. 참 존재 자체가 억울하고 슬프고 슬프도다…


그래도 내일 시험은 잘 볼 것 같다. 엄마가 옛날부터 중요한 날 생리하면 운이 좋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