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당근과 배민 본문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인 앱 두 가지 있다. 당근마켓이랑 배민커넥터. 줏대 없어 보여도 괜찮다 싶은 트렌드에는 올라타고 보는 성격인지라 이 두 개를 가입해놓고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단 당근은 올해 초에 산지 1년 채 안 된 패딩을 팔아 본 게 시작이다. 올리자마자 바로 연락이 와서 다음날 거래하고 몇 만원을 손에 쥐어보니까 성취감이 장난이 아니더라. 거기다 사 가시는 분이 오히려 좋은 물건 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해주셔서 재미를 안 붙일래야 안 붙일 수가 없었다.
이 때부터 장사 재미에 빠져들어 집에 내다 팔 것들을 이래저래 찾아보니 몇 년이나 손 안 탄 옷들이랑 전자기기들이 좀 있더라. 지금까지 원피스, 스포츠웨어, 자켓 각각 몇 개씩 팔고 시계도 팔고 디지털피아노까지 팔았다. 잘 안 팔리는 건 무료 나눔도 하고, 대략 10번 정도 거래해서 한 80만원어치 판 것 같다. 모레는 스팀다리미를 거래하기로 했다.
몇 번 해보다 거의 당근 전도사처럼 주변에 얘기하고 다녔는데 슬슬 가입해서 사고팔고 하는 친구도 생기고, 서로 이거 팔았다, 저거 샀다 신나게 자랑하기도 한다. 자꾸 없앨 걸 찾아보니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어울릴 것 같은 옷 주기도 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받고 그러다 보니 점점 비우는 게 습관이 돼 가는 것 같다. 이것저것 팔고 나니 좁은 집에 여유 공간도 좀 생겼으니 참 좋다.(그렇게 공간 만들어서 들인 게 자리 많이 차지하는 공업용 재봉틀이랑 업라이트 피아노라 배보다 배꼽은 훨씬 더 크지만;;;)
예전에 중고나라도 몇 번 이용해봤는데 참 신기한 게 동네 사람들이라 거래를 해서 그런가 그 때는 못 느꼈던 다정다감한 기운이 있다.
또 다른 앱은 배민 커넥터. 배달 음식을 1년에 한두 번 시킬까 말까한 내가 배달 일을 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나가다 헬멧 쓰고 배달하는 사람들을 몇 번 보다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도보' 배달이 가능하다고 해서 운동 겸, 산책 겸 함 해볼까? 싶더라. 일단 퇴근길을 이용해야 하니 '도보'로 신청하고 몇 번 배달을 다녀왔는데, 배달 완료하면 바로 배달료 쌓이는 게 보이니 한 건 더 하고 싶어지고 막 그렇다. 뭐 대단한 돈벌이가 되는 건 물론 아니지만 전혀 몰랐던 동네 식당들도 알게 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AI배차인가 뭔가가 도저히 걸어서는 가기 힘든 거리를 배달 시키라고 하면 속으로 쌍욕이 나오긴 하는데 아무튼 아직은 재밌다. 걸어가느라 음식 다 식거나 면 불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한데 계속 하다보면 뭔가 노하우가 더 생기겠지. 추석을 앞두고 자동차 배달도 추가 신청 해놨는데 연휴 때 배달해서 진정한 투잡러로 거듭나보자는 계획이다.
이 두 가지를 이렇게 재밌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집이랑 회사랑 가까워서다. 예전에 취재할 때 같은 동선이면 당근 거래할 장소까지 어떻게 시간 맞춰서 나가며, 퇴근하면서 배달이 가능하겠냐고. 역시 회사는 집 가까운 게 짱이라는 걸 여실히 느끼고있다.
요즘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많이 전환했고, SKT 같은 데는 아예 지역별로 거점 사무소를 만들어서 거기로 직원들 출퇴근 시킬거라는데, 직주근접 문화가 정착돼서 직장인들이 따뜻하고 쾌적한 동네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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