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단상과 잡상 본문
정리하고 싶은 주제 몇 가지.
-우직함.
머리 굴릴 줄 모르고 묵묵한 사람한테 쓰는 말이다. 먹물들이 이 말을 쓰면 누군가 깔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람이 신뢰가 있으려면 명분이나 철학도 우직하게 밀고가야 한다. 그걸 이루는 방법 역시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올 한 해 "나랑 너랑 생각하는 방향 같은데, 방법이 다를뿐이야"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나중에 보니 그냥 생각이 달랐던 거였다.
-사람은 변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한 선배는 매번 이렇게 말한다. "스무살 넘어 가면 머리에 총 맞아도 안 바뀐다." 최근 이 선배가 A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얘가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라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A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원래 일할 땐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었고 그걸 충실하게 해내고 있을 뿐.
-연애.
오히려 20대에는 연애 한번 하려면 이리 따져보고 저리 따져보고 뒤집어보고 바로 놓아보고 엎었다가 메쳤다가 온갖 고민을 다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이것저것 내려놓게 되고 연애만큼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주의로 바꿨다. 칸초처럼 간혹 "너 OO이랑 사귈 때처럼 그런 감정은 아니잖아, 그만큼 좋지는 않잖아?!?"라며 정곡을 찌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뭐 그 말이 맞다 해도 좋은 건 좋은거니까 뭐.ㅎㅎㅎ
가끔 내 맘이 벌집 같아. 방이 너무 많거든.
-아기 발달 과정.
오션이가 뒤집기에 성공하더니 이제는 기려고 한다. 오션이를 보면 재미있는 게, 목을 가누거나 뒤집거나 기어다니는 걸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어릴 적 가장 처음 기억나는 게 4살 정도니까 그 전까지는 아기들 머리속에 뭔가 다른 게 입력돼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려는 아기에게 천사들이 '똥오줌을 가릴 때까지 달성해야 할 과업'을 입력 시킨다.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나면 기억은 자동 삭제된다.
아기가 어느날 벌떡 뒤집고 갑자기 기어다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 요즘엔 배만 깔고 팔다리를 파닥파닥 하면서 기고 싶어 하는데 자기 뜻대로 안 되니까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난리난리. 오션이 다리놀림만 보면 빵빵 터진다.ㅋㅋㅋ
-개똥쑥.
세상에, 이렇게 예쁜 차가 다 있다니.
조금 얻어온 다음부터 요즘 거의 개똥쑥차만 마시는데, 처음 보고 정말 놀랐다. 컵 안에 눈꽃 달린 나뭇가지가 들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