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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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노트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로얄곰돌이 2012. 8. 16. 20:31

 

무라카미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는 그 중에서도 좀 더 특별나다.

채소의 기분을 이해하는 작가라니,

내가 곰인형을 데리고 노는것도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많은데 하루키처럼 아예 그런 차원을 넘을 정도로 기발하게 생각해 버리면 아무도 뭐라고 말 못하고 그냥 잠자코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소설에서도 그냥 정어리 비를 뿌리고 세계의 끝에서 나오는 문을 막아 버리질 않나. 달은 두 개가 뜨고... 이렇게 쓰고 보니 꼭 SF 작가인 것 같구나.

<여어, 어둠, 나의 옛 친구>를 읽다가 마빈게이와 타미 테렐의 '유어 프레셔스 러브'를 찾아 들었다.

이제 안주 한 개 만큼 사랑을 더 이해한다.

 

 

아 그리고 정전 됐을 때 손을 슬쩍 뻗어서 반대편에 앉은 여자 손을 잡는 남자, 같은 거 난 정말 좋아한다. 좀 응큼하긴 하지만 그런 능글맞은 면이 있는 게 낫지. 캬캬.

 

p.s 이 포스팅을 해놓고 후배랑 같이 퇴근하면서 얘길 하다보니(원래는 반대방향이지만 그럴 사정이 있었다.) 사랑이 대체 뭔가 싶다. 연애도 그렇다. 끝나면 이렇게 괴로운데 실상 연애를 하면서도 사랑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언제나 의심스럽다.

얼마 전에는 심지어 '내 마음은 벌집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맘엔 방이 너무 많은 것 같애" 이런 재수없는 소리까지 막 지껄이고. '내가 곰돌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어쩌면 벌에 쏘이면서도 이 벌집을 우왁스럽게 낚아채고 흔들어 놓을 사람을 찾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_-;; 

아... 망상이 깊으면 병이 되는건데... 맥도날드 할머니가 생각나는 밤이다.

아무튼 이상은이 그랬듯이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언제나 뒤돌아 봐야 알 수 있는 거라면 그것 참. 지금 속이 타고 있는 후배에게 시원한 맥주 한 잔 사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