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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스웨덴처럼 좋은 나라에서 왜 구걸을 하니?

로얄곰돌이 2014. 5. 25. 17:42

지난 전주 영화제에서 본 '위 아 더 베스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전자 기타가 사고 싶은데 용돈으로는 부족한 아이들은 지하철 역에서 구걸을 한다. 처음에는 "기타를 사게 도와주세요"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부모님은 술주정뱅이에 동생들은 아프고... 어쩌고"하면서 거의 목마른 사슴 레퍼토리로 변하는데, 그 때 지나가던 한 부부가 한 말이다.

국민들이 구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라. 그게 그렇게 힘든걸까. 점점 노동자가 살기 척박하게 변하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왜 다들 서비스 질이 안 좋아졌다고 불만을 터트리면서 "그 회사는 잉여 인력이 많아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하면 그냥 끄덕이고 마는건지? "그 회사 연봉도 많이 받고 일도 편하다"고 하면 그런 일자리를 더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다 잘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건지?

올해 전주 영화제에서는 3편반(마지막 한 편은 어쩔 수 없이 보다 나왔다)을 봤는데, 위 아 더 베스트도 좋았고 '프란시스 하'도 재미있었다. '존경하는 지도자 동지께'였나. 처음 본 영화가 그건데 너무 우울한 한국의 초상이 담긴데다 설정 자체가 좀 비현실적인 면이 있어서 어느정도 공감되는 면이 많았는데도 불쾌했다.

역시 영화제에서 영화를 몰아보니 한국, 북유럽, 미국인의 삶을 돌이켜보는 계기도 됐다. 살기 그렇게 팍팍해도 자책하거나 주위 사람, 약한 사람에게 화를 푸는 한국인. 어려워도 당당하게 살아가지만 그런 사람을 깔보면서 자기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떠다니는 미국인. 아이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서 합리성을 찾고 논리를 발견하려는 스웨덴인.(이렇게 보면 북유럽은 천국인 것 같지만 막상 우리 귀염둥이 주인공 보보가 겪는 아픔을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상대적으로 그런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는 것.)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가 영화제에 가는 이유는 영화만이 아니다. 한옥마을 양반가에서 거나하게 상차림을 얻어먹고 전일슈퍼에서 운 좋게 줄을 딱 10분만 서서 가맥을 즐겼다. 필수 코스로 새벽에는 남문 피순대 들렀다가 또 동 틀때까지 마신 보람찬 여행이었음! 아, 매생이 라면에 상추튀김도 먹었구나. ㅎㅎ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황금 연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인파가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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