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따뜻한 포르투갈. 파티마로 오는 길 본문

새로 안 세상

따뜻한 포르투갈. 파티마로 오는 길

로얄곰돌이 2022. 10. 5. 01:32

어제밤 바르셀로나 도착해서 잠만 자고 바로 아침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로 가서 공항에서 곧바로 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서 드디어 파티마에 입성했다. 길고 긴 이동이 끝나고 드디어 여행 다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포르투갈 첫날은 전반적인 인상이 너무 좋다. 일단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다. 뭘 물어봐도 손짓 발짓 하면서 다 알려주고, 안 물어봐도 필요하면 알려준다. 공항에서 나오는 지하철 종점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내가 안 내리고 있으니까 앞에 앉았던 아주머니랑 아가씨가 내려야 한다고 막 알려줘서 다행히 잘 갈아탈 수 있었다. 포르투는 대형 관광지인데도 이렇게 외부인 친화적이라니! 꼭 부산 같은 느낌ㅋㅋㅋ

파티마로 와서는 그저 홀리하게 지냈다. 미사 참석하고, 성당 둘러보고, 저녁 촛불 예식 참석하고. 순례길의 시작을 파티마에서 하니까 좀 더 의미 있는 것 같고, 여러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빌었더니 혼자 있어도 덜 외롭다. 성령이 가득해서 그런가.

<포르투에서 파티마 가는 길>
지하철역 24 de agosto에 내려서 걸으면 5분 내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 터미널은 지하 같은 1층에 있음)

티켓 부스에서 파티마행 표를 산다. (편도 18유로) 파티마만 가는 버스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파티마를 경유해서 리스본 가는 버스를 탔다. 플랫폼 전광판에 파티마가 안 떠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역시 친절하게 플랫폼을 알려줬다.

요 버스. 내리면서 찍었음. (전광판에 리스본 써 있었는데 왜 안 찍혔지?) 버스 타면서 qr을 찍으면 기사 아저씨가 좌석을 알려준다.


파티마 버스 정류장에서 성당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아니 그보다도 가까운 듯. 그냥 걸어서 동네를 다 보는데 30분도 안 걸린다. 동네 전체가 거대한 성물방이다.

삼위일체 성당 입구에서 본 바실리카 성당.
삼위일체 성당 앞 십자고상과 요한 바오로 2세 조각상

여러 언어로 쓰여진 성경 구절. 예수그리스도의 은총와 하느님의 사랑와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바실리카 성당 제대 성화.
삼위일체 성당에서 바실리카 성당을 향해 무릎으로 가는 사람들.

파티마 대성당은 바실리카 성당이랑 삼위일체 성당이 넓은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고, 광장 측면에는 야외 미사와 저녁 촛불 묵주기도 전례가 이뤄지는 로사리오 성전이 있다. 삼위일체 성당 내부에는 소성전들이 또 있어서 거의 하루종일 미사를 보거나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다. 엄마랑 같이 왔으면 참 좋아하셨을텐데! 잔망덩어리 조카놈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

미사시간 안내표지. 여기저기 붙어 있고 호텔에서도 다 알려준다.

매일 저녁 9시반에 시작하는 묵주기도 촛불 예식은 꼭 참석해볼만 하다.

파티마 봉헌초는 크기가 다양한데, 몇 개 골라서 봉헌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전쟁 종식과 이란 혁명의 성공을 기원하며…

여러 나라 언어로 성모송을 바치고 다 같이 행렬을 이뤄 십자가를 뒤따른다. 마지막에 성모상이 제대에 다다르면 식이 끝난다.


파티마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읽어봤는데, 성모님의 발현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그렇구나 싶었다. 당시 성모님을 만났던 세 남매가 증언한 예언에 대한 것도 뭔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사실 천주교 신자로서 신비 체험이나 기적을 믿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다.

그런데 성당을 가득 채우고 미사를 보는 신자들, 성전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전까지 무릎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실한 믿음을 갖고, 신에 대한 찬미를 보내는 경건한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어 촛불의 물결을 이루고 주님 안에서 하나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눈물 또르륵ㅜ) 기적의 완성은 예언이 아니라 크리스천들의 실천적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듯.

<파티마에 관한 정보>
-동네 전체가 그냥 큰 성물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사나 묵주기도 시간은 성당 곳곳에 붙어 있고 호텔에서도 알려주니 시간 체크해서 참석하면 된다.(어차피 아무 때나 가도 어딘가에서 미사가 집전되고 있긴 하더라)
-성물 축성은 매 미사시간 마지막에 한꺼번에 다 해주시니 축성 어떻게 받는지 고민 안 해도 된다.(나는 포르투갈에서 축성 받는 법 이런 거 검색해보고 왔는데 어쩐지 안 나오더라)
-슈퍼가 눈에 안 띄는데 터미널 근처에 pingo doce가 있다.
-걸을 때 해를 가릴 곳이 없으니 모자랑 선글라스 필수. 낮엔 그렇게 더웠는데 밤에 촛불 예식한다고 서 있으니까 경량패딩 입고도 좀 추웠다.
-좀도둑들이 있는 모양. 아무리 봐도 촛불 예식 온 것 같지 않은 애들이 두리번 거리면서 다니고 보안 요원들이 꽤 많음. 소지품 관리를 잘 하자

'새로 안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만들면 더 맛있을 것 같은 맛 - 포르투에서  (0) 2022.10.07
사람 많고 탈 것 많은 포르투  (0) 2022.10.07
Buenas noches!  (0) 2022.10.04
경치 직이는 부산 츤마산  (0) 2022.09.24
La hija prodigo  (0)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