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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에 물드는 한라산, 성판악-백록담-관음사

로얄곰돌이 2013. 10. 20. 23:13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

중문 쪽에서 성판악 가는 방법은, 5번 버스-서귀포 시외버스정류장-5.16도로 타는 버스(정류장 가면 많이 있다). 버스 기다리고 어쩌고 하면 시간이 후딱 가니까 등반 예정 시각 1시간 정도 전에 출발하는 게 좋다.

성판악-백록담은 단체가 아니라면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백록담-관음사는 스틱이랑 접지력 좋은 등산화가 있다면 3시간~3시간 반, 그게 아니라면 무한정...

관음사 휴게소에는 주말만 제주 시내까지 금방 가는 버스가 있는데, 4시 30분에 온다.(3시 타임에도 하나 있다는데 정확한 시각은 잘 모르겠다) 그 버스를 타고 제주대까지 가서 제주대에서 환승해서 공항이나 제주 시내로 들어갈 수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앞. 외돌개가 저 멀리 보이는 조용한 바닷가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공사장이 펼쳐지는데 마음이 아파서 사진도 안 찍었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즐겁고 걱정 없고 설레고 바쁘고 정신없고... 뭐 이런 수사들로 채울 수 있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내 계획이나 상상이랑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가을이 되면서 '내 삶을 내가 조직하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제주도행도 그랬다. 생일이 주말이라 영주 부석사랑 도산서원에 가보고 싶어서 혼자 고즈넉하게 그 쪽으로 다녀오자고 맘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술도 덜 깬 새벽에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는...-_-

 

 

아무튼 생일 맞이 한라산 등반!

 

일찍 올라가려고 6시반에 출발했는데 숙소 관리인이 잠을 못 깨서 7시까지 기다리고, 버스 기다리고 갈아타고 하느라 성판악에는 8시 10분쯤에나 도착했다. 현금이 없어서 두줄짜리 김밥을 하나 사서 한 줄만 먹고 하나는 싸들고 올라갔다.

 

8시반, 출발.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현무암 돌덩이들이 미끌미끌해서 내려올 때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진달래 대피소. 올라오는 동안 안개가 꼈다가 걷혔다가 반복하면서 왔는데, 올라오니 또 안개가 자욱... 길이 완만한데다 혼자 후딱 올라오니 10시반도 안 됐다. 이런 페이스라면 오후 2시반이면 내려갈 것 같았지.

 

 

 

생일상. 대피소에 사발면(1500원)을 파는데 으슬으슬 추울 때 먹으니까 속이 따땃~~ 산 위에서는 진수성찬이다.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면 멋진 풍광이... 1600미터쯤 올라오면 나무들이 짧아진다. 화산이라 그런가보다. 원래 훨씬 화창했는데 폰으로 찍어서 조도를 못 맞췄다;; 

 

 

 

드디어 정상. 11시반.

 

 

 

백록담에 오르면 여기서 사진찍으려고 줄을 쭉 늘어서있다. 줄 서기 귀찮아서 사람들 안 나오게 찍는다는 게 이런 망작이 나옴.

 

 

분화구 앞에서 한 컷. 짐을 줄이려고 잠옷 겸 운동복이랑 얇은 등산 점퍼 입고 갔는데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서 다행. 10월 중순이면 이것보다는 조금 더 갖춰 입는 걸 추천. 

 

 

 

관음사 코스로 돌아서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은 계속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았다.

 

관음사코스는 위 쪽이 가파른데 그래서 오히려 정비가 잘 돼 있다. 중간쯤부터 입구까지 맨질맨질한 돌덩이가 물에 젖어 있는데, 얼음 덩어리들을 깔아놓은 것 같다. 짐 줄인답시고 스틱이랑 무릎보호대를 안 가져갔는데 정말 후회했다. 거기다 내 등산화는 접지력이 안 좋아서 운동화보다 못한 수준..ㅠㅠ 세번이나 자빠링... 생일날이 제삿날 될 뻔.  

 

 

 

그래도 단풍잎들은 예쁘다. 나뭇잎 가장자리에 벌써 단풍물이 들기 시작했다.

 

 

미끄러운데다 무릎도 아파서 정말 천천히 내려왔는데, 관음사 휴게소 도착하니 3시 반. 무릎이랑 종아리, 허벅지에 알이 콱 박였다. 한라산은 만만한 산이 아니구나.ㅠㅠ

 

 

 

공항 앞에서 성게 미역국을 사먹었다. 해물뚝배기를 먹고 싶었는데 그래도 생일이니깐.

 

막걸리를 한 병 비웠더니 노곤노곤...

 

 

 

식당서 공항까지 10여분 걸린다고 해서 그냥 걸었다. 공항까지 인도가 나 있다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차로 들어간다는 생각밖에 못해봤었는데...

 

 

 

역시 마무리는 울 오션이 사진으로. 날이갈수록 귀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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