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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연례행사로 손기정 마라톤에 나갔다 왔다. 2021년 코로나 때 취소된 걸 빼면 세번째 출전이다. 등록 알람 문자는 더울 때 뜬금없이 오는데, 올해는 하프를 한 번 해볼까?라는 고민을 아주 잠깐 했다가 오버하지 말자 싶어서 10km를 골랐더랬다. 1년에 한 번 뛰는 대회로 손기정 마라톤을 고른 이유는 동계 티셔츠를 주기 때문. 대부분 대회가 반소매티를 주기 땜에 긴소매 티셔츠는 소중하다. 매년 받아서 아주 아주 잘 쓰고 있다. 출전 복장은 언제나 대회 공식 티셔츠다. 올해는 날이 더워서 반소매를 입을까 했는데 새벽에 춥길래 그냥 그걸 입었다. 살짝 더운감이 있었는데 뛰는데 별 무리는 없었음. 이틀동안 술을 마셔서 컨디션이 안 좋았고 그 덕에 아침에 화장실 들락날락 하느라 늦게 나섰다. 이미 화장실에서 기력..

주말 점심 먹고 엄마랑 한가롭게 열혈사제II를 보다가 배경으로 나온 성당이 예쁘고 마당도 넓어서 저긴 어디 성당이래? 이런 얘길 하다 찾아보니 인천 답동성당이란다. 날도 좋으니 그 길로 인천까지 드라이브~~답동성당은 어릴 때 추억이 약간 있는 곳인데, 성당에서 하는 뭔가 대회에서 뽑혀 상을 받으러 인천 주교좌 성당인 답동성당에 갔던 일이 있었다. 꽃다발 들고 성당 오르막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그 때 내가 국딩 1학년인가 2학년이라 상 받는 아이들 중에 제일 꼬꼬마였던데다 오빠도 답동성당까지 가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서 우리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은 곳이다. 내 기억은 해가 엄청 따사로운 봄날, 성당이 엄청 붐볐다는 것 정도가 남아있다. 뭣 때문에 상을 탔는지도 몰랐는데 엄마 얘기론 시를..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내 공복혈당 수치가 재작년엔 100이 넘었고, 작년에도 90대가 나와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귀인이 연속 혈당 측정기를 선물로 보내줬다. '카카오 파스타'라는 앱에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혈당이 오르내리는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dexcom G7'이라는 기기다.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피를 보지 않고도 혈당 측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얘길 몇 년 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카카오 파스타가 출시되고 마케팅을 열심히 하면서 약간 유행처럼 당뇨 전단계인 사람들도 한 번씩 착용해서 상태를 살펴보는 것 같더라. 나도 호기심도 들고, 이왕 선물을 받은 김에 그런 트렌드에 편승해 보기로 했다. 일단 혈당 측정기를 배송받아 꺼내보면 애플리..

정식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중간중간 부상 때문에 또는 코로나에 걸려서 잠깐 쉰 적은 있지만 그냥 일주일에 2~3번씩 꾸준히 뛰어 왔다. 뛰는 코스는 한강, 홍제천, 창릉천, 여의도, 남산 등이고 가끔씩 러닝메이트가 되어 주는 문 선배랑 같이 뛰는 것 말고는 혼자 뛴다. 러닝 크루 같은 데 들어가 볼까 기웃대보기도 했는데, 친구가 '달리는 헌팅포차'라는 말을 하길래 나는 안 껴주겠구나 싶어서 안 쳐다보기로 했다.ㅋㅋ (실제로 우리 동네 러닝크루는 2,30대만 받더라. 얘들아 늙은이 좀 껴주라) 훈련만 제대로 하는 러닝클럽에 한 번 들어가 볼까?, 아니다 귀찮다 말자라는 생각을 수십 번은 한 듯. 또 보통 저녁 8시 모임이 많아서 내 스케줄이랑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8시면 술약속 없으면 저녁..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전기포트에 물부터 끓인다. 어제 대충 봐 둔 메뉴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냉장고 스캔 후 그날 쓸 식자재 끄집어 내놓고 물 끓으면 죽을 끓이기 시작한다.쌀을 전날 불려 놔서 금방 익으니까 끓이는 데 10분, 뜸들이기 5분 정도 해서 15분이면 죽 끓이기는 끝난다. 죽이 끓어오르는 동안 야채 등을 파바박 썰거나 갈아 넣는다. 중간에 몇 번 늘러붙지 않게 휘휘 저어주고 참치액젓이랑 소금 치고 간을 본다. 처음에는 양 조절도 힘들고, 너무 묽게 되거나 너무 되직하거나 편차가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얼추 일정해지는 것 같다. 간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다.(처음에 소금 양을 많이 늘렸다가 조금씩 조금씩 줄여봤는데 딱히 민원이 없어서ㅎㅎㅎ) 마지막에 불 끄고 참기름 쪼륵 넣어서 저어..
어떤 걸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 대상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주변 환경 때문인 경우가 있다. 내게는 한파 속에서 마시는 술, 비오는 날, 달리기와 사이클링, 알고 있는 몇몇 사람 등이 그렇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닌데, 그것과 관련된 추억들이 쌓이면서 점점 마주치는 걸 즐기게 됐고, 어느새 그자체의 매력에까지 끌리게 된 것들이다. 단감은 아마 스무살 넘기 전에는 누가 깎아서 입 앞에 대령해 줘도 먹을까 말까 한 과일이었을 거다. 맛있게 단 것도 아니고 신 맛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보기와는 다르게 단단해서 식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덜 익으면 떫고 냄새도 별로. 과일 가게에 쌓인 단감을 보면서 저걸 돈 주고 누군가 사서 수고롭게 깎아 먹는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