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맞는건가. 본문
예전에 신입 때 술을 하도 마셔서 위장약을 달고 살았다. 혹시나 해서 대학병원 진료를 한번 받아봤는데 별 이상은 없었고, 의사 문진 때 술자리가 너무 잦아서 좀 힘들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 때 의사가 “피하지 못할 술자리라면 그냥 술 마시는 걸 즐기는 게 어떻겠냐?”라는 좀 황당한 얘길 했는데 이유를 듣고보니 아 과학적으로 술을 즐기는 게 나한테도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위염에 제일 안 좋은 게 술보다도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에도 술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참 신나게 마셨고 가끔 탈이 나긴 했는데 대충 약 먹으면 금방 회복해서 그날 저녁에 또 술 마시고 그랬다.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오늘 아침까지도 아파서 집에 있던 진경제 먹고 겨우 진정을 했는데, 결국 어제 저녁에 마무리 해놓으려고 했던 일은 못하고 오늘 오후에 마쳐야 했다. 그리고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이 좀 가라앉기만 하고 여전히 아프다ㅠ
그 마감하는 몇 시간을 빼고 하루종일 침대랑 밀착해 있었는데 휴일인데도 이렇게나 아프다는 건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게 맞다는 증거다.
이놈의 마감이랑 사람들 만나는 게 너무 싫어서 겨우 다른 업무로 빠졌는데 또다시 도돌이표를 만난 연주자처럼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지금은 원망과 괴로움까지 같이 안고 왔으니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가 없겠지.
언제까지 의리있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왜 내가 당연히 이 일을 해줘야 한다고 믿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여러분을 위해 왜 하기 싫은 걸 참아가며 억지로 해야 하는 겁니까? 여러분들이 내 인생에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습니까? 라는 말이 자꾸 입 안을 뱅뱅 멤돈다. 갈수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내년에 마흔이니 새로운 시작을 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