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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생활코딩 만세

로얄곰돌이 2016. 9. 19. 01:39

응답하라1994 첫번째 편을 보면 삼천포가 신촌역에서 연대 옆에 있는 하숙집을 가려고 택시를 타는데 남산타워가 보이고, 한강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삼천포는 돌고돌고 돌아서 겨우 하숙집에 도착한다.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인터넷도 일반인은 안 쓰던 시절에는 타지 사람들 등처먹는 그런 일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 때 택시 안에 앉아 있는 삼천포의 불안한 모습이 잔상이 돼 뇌리에 박혔더랬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나도 수시로 삼천포가 느꼈을 법한 그 비슷한 심정을 느꼈는데, 웹 개발, 수정 이슈가 나올때마다 그랬다.  

웹사이트라는 걸 직접 운영한지 1년여. 외주 개발사도 꽤 여럿 만나보고 작업을 해봤는데, 역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나.도.뭔.가.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사이트를 제작할만한 적당한 개발사나 개발자를 찾고, 적정하게 작업을 요청하고, 그에 걸맞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혹자는 '눈 뜨고 코 베인다'라는 표현도 쓰던데, 로얄이가 느낀 바로는 상대방이 나빠서가 아니라 뭣도 모르고 무작정 저렴하게, 이런저런 걸 다 구현해줄 것을 요구만 하는 우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적당한 개발자와 적정한 수준의 계약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생활코딩(https://opentutorials.org/course/1)'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익명의 개발자인 '이고잉'이라는 분이 생초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든 무료 동영상 강의 사이트인데, 추석 때 제일 초급 강좌를 쭉 봤더니 대충 감도 잡히고 프로그래밍, 코딩 이라는 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여전히 문외한 of 문외한이지만 조금만 더 배워서 간단한 앱이나 웹페이지 같은 걸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상상도 하고, 우리 사이트 소스를 보면서 '아, 이건 자바스크립트를 쓴 거구나', 'CSS로구나' 무릎을 탁탁 치면서 혼자 엄청 좋아하고 있다.       

이런 좋은 강의가 인터넷에 한국말로 무료로 올라와 있고, 그걸 알게 됐다는 건 참 행운이다. 이 강좌를 만든 이고잉님께 감사하고 싶다. 

강좌를 왜 죄다 공짜로 푸는 걸까 의문이 들어 블로터닷넷과 한 인터뷰나 슬로우뉴스에 직접 쓴 글들을 찾아 봤는데, 웹 프로그래밍의 공유 풍토가 개발에 있어서나 수익에 있어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유료 강의를 해도 되겠지만 그저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또 사이트를 플랫폼화 하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로얄이가 보기에는 'opentutorials'이라는 사이트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강좌가 모인 플랫폼이 되면 사업적으로도 엄청난 확장성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 분이 돈도 좀 벌고 잘 됐으면 좋겠다. 

강사의 의도가 어떻든 덕분에 이번 추석 연휴를 재미있게 보냈다. 생활코딩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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