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사람 살이 본문
한번 사는 인생이라 미련이 많다. 바라는 것도 많고, 실망할 일도 많고 괜한 기대도 했다가 오해도 했다가 그러면서 사람 살이를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나는 보통은 혼자 지내는 외톨이다. 좋은 말로 독고다이. 대부분의 일상을 혼자 경험하고 느낀다고 보면 된다. 매일매일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사무실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서 부대끼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면 한강물 깊이 몸을 담그고 떠밀려 가는 것처럼 그렇게 흐르다가 역시 물살에 떠밀려 내 눈 앞에 나타나는 숭어같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헤어졌다 반복할 뿐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의 80~90%는 10년 후에는 서로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할 사람들일게다.
그래도 다행히 몇몇 자주 보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어딜 가나 자랑할만한 사람들.
그 중에 한 명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무자르듯이 단칼에 잘라내고 어떤 설명도 안 듣고 관계를 끝냈을 지 모른다. 그런데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믿음이 있어서인지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고 심지어 나중엔 한 대 치기까지 했지만;;
머리로는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마음으로는 그 사람이 100% 이해가 됐다. 희한하다.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김연수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하곤 했었는데, 얇은 양파 껍질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 나가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약간은 보이기 시작하니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건가 깊다. 다른 사람 마음의 갈등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어제 일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어른 쪽으로 한 발을 내밀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 연남동 홍어집 갔다가 양화대교 건너면서 나눴던 이야기들도 참 좋았다. 사회생활 하면서 학창시절 때처럼 친구를 구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난 정말 행운아다.
이 글을 써 놓은지 사흘째 되는 날, 덧붙이자면
아아 -_-;; 이거 원 속았다는 느낌이 제대로. 아무튼 반성을 모르는 한 인간은 인간적인 정과 자신의 '연두부' 같이 여린 맘을 이용해서 오히려 날 냉정하다고 몰아세우고 결국사과까지 받아 가고야 말았다. 공략법을 제대로 아시는 거지. (결국 사과 하는 난 뭐임?)
오늘은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안쓰럽고 속상해야 한다는 게 너무 짜증나서 그 사람한테 화만 벌컥벌컥 내다 와버렸다. 사람 살이가 도대체 뭐 이런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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