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기분전환 본문

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기분전환

로얄곰돌이 2016. 7. 4. 00:13

​오랜만에 인천에 갈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가자면 어차피 멀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물론 일은 잔뜩 쌓여 있지만 토요일에는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내려고 한다) 공항철도를 탔다.

별 생각 없이 간건데 의외로 기분 전환이 됐다. 지난번에 출장 가던 길에 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 타는 곳'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저건 대체 뭘까 싶었다. 검색해보니 용유도 끝자락, 무의도 가는 배 선착장까지 가는 스카이레일이었다.

지금은 시범운행 중이라 공짜로 탈 수 있는데, 로얄이도 한번 타봤다. 귀여운 두량짜리 열차고 아기들 데리고 타는 가족들이 많았다. 가는 길에 엠티가는 듯한 젊은이 무리랑 같이 탔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아기들 괴성 지르면서 뛰어다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듣기 싫다.ㅠㅠ 20대 애들은 왜 저렇게 쓸데 없는 말을 끊임 없이 큰 소리로 하는 걸까. 내가 꼰대가 된 건지 그들이 철이 없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가는 길은 (한 15분 걸린다) 정말 신났다. 열차 레일이 착륙 항로를 지나가서 비행기를 크~게 볼 수 있다. 착륙 활주로 2개를 향해 번갈아가면서 비행기가 날아든다. 로얄이는 비행기가 나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 특히 A380 같은 뚱뚱이 비행기는 매니아급으로 좋아한다. 귀여운데다 잘 보이니까.




안타깝게도 제일 귀여운 앞모습을 못 찍었다ㅠ 그래도 비행기가 쉴새없이 내리니까 랜딩기어까지 내린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참고로 로얄이가 알기로 비행기 앞모습을 제일 크게 볼 수 있는 곳은 굴포천에서 경인이라뱃길 쪽으로 나가는 토끼굴 바로 앞 다리다. 김포공항행이라 비행기들이 그렇게 크지 않고 인천공항만큼 다양한 디자인을 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거기만 가면 멈춰서서 넋놓고 비행기가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 보게 된다.)




용유도역에 내려서 회센터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거진포 선착장에 닿을 수 있다. 새로 산 운동화를 맨발로 신었더니 발이 다 까져서 도저히 잠진도 선착장까지는 못 가겠더라. 잠진도에서 배를 타면 바로 앞에 보이는 무의도에 갈 수 있다. 발만 안 아팠으면 산 넘어 하나개 해수욕장도 가보는건데... 선녀바위도 가보고 갯벌도 구경하고 오는건데ㅠㅠ 그놈의 신발 때문에 벌써 뒤꿈치에 피가 나고 걷기가 힘들지경이라 서둘러 공항으로 돌아와서 밴드를 사서 붙였다.




어느 공항이든 출국심사를 거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비행기랑 활주로 보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인천공항은 그래도 비행장 끄트머리라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앞에 2청사만 없으면 비행기 뜨고 내리는 게 다 보일텐데.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토잉카가 비행기를 뒤뚱뒤뚱 밀어주는 것도 볼 수 있고, 눈을 좀 돌리면 이륙할 때 바퀴 떨어지는 모습까지 다 구경할 수 있다.

공항 안에서 비행기들은 정말 느릿느릿 움직이는데, 느릿느릿 더 느린 다른 비행기를 비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모르겠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줄지어 기다리는 것도 뭔가 재밌다. 그러다가 어느새 쌩~~하고 달리다가 휙 날아간다. 순식간에 점이 됐다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2시간여를 비행기만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꽉꽉 채우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말과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 사이로 가서 대체 뭘 할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을 수많은 일들이 모여 물결을 이루고 역사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이 공항이 아닌가 싶다.

'예전 글 > 로얄의 평범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 눈꽃  (0) 2017.03.18
올해는 더 사랑하자  (2) 2017.01.02
시내 버스 타고 뉴욕 여행(1)-M42번  (0) 2015.02.01
로얄 in 뉴욕  (2) 2015.01.12
보름달이 뜬 순천만  (0) 201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