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초록휴가
언니네텃밭 (예전 포스팅 참고, http://platation.tistory.com/trackback/14)
생산자와 만나는 초록 휴가! 서울여성회나 꾸러미를 받아 먹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나는 횡성 여성농민회에서 꾸러미를 받고 있어서 횡성 휴가를 가게 된 것!
45인승 버스가 꽉 차서 왔다. 가족 단위가 제일 많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극소수. 휴대폰 넣을 주머니가 없어서 사진은 이게 다다. ㅠㅠ
프로그램이 꽉 짜여져서 재미있었다.
-밭일
-식사(각종 채소랑 참기름, 고추장 넣어서 비빔밥을 해 먹는다)
-생태 체험
-물놀이
-감자전 부치기(환상의 맛 ㅠㅠ)
를 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 돌아와서는 서울역 앞에서 뒷풀이를 하고 헤어진다.
경춘선을 타고 오는 길. 강 위에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
이 사진은 미사리 부근인 것 같다.
지금 있는 부서가 너무나도 싫지만 딱 하나 건진 게 있다면, 다른 세상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사람과 자연 모두를 걱정하는 사람들.
또 2주에 한번씩 맛있는 채소를 키우고 포장하는 분들이 누군지도 알게 됐다^^ 그 분들은 벌써 내 이름을 다 알고 계셨다. "내가 키운 채소가 로얄이에게 잘 갔을까?" 궁금했다고.
로얄이는 앞으로 "XX언니가 키운 거로구나!" 생각하며 먹을 수 있겠다.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가깝다는 게 이런 걸 뜻하는 것 같다. 땅과 해가 채소를 키우고 채소는 우리를 이렇게 이어준다.
밥 하러 가는 길에 횡성 사는 ㅇㅅ언니한테 들은 이야기들은 농촌에서의 삶이 내가 생각하는 낭만이랑은 판이하다는 것도 일깨워줬다.
"이렇게 오면 남자들이 설거지도 다 하고 가잖아, 그거 보고 나는 우리 남편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했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어떻게 남자가 저런 걸 하냐고 혀를 차더라고."
"이렇게 농약 안 뿌리면 파도 그렇고 엄청 잘 짓무르고 택배로 보내면 금방 시들거든, 근데 친척들이 그것 가지고 잔소리를 많이 해. 농약 왜 안 쓰냐고."
앞으로 초록 휴가 갈 때 주변 사람들을 많이 초청해봐야겠다. 특히 아이 있는 집이라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듯. 생태전문가와 함께 강에서 각종 동물들을 채취해서 뭔지 확인해보고 거기 온 아이들끼리 금방금방 친해져서 놀러 다니고... 어릴 때 친구네랑 같이 휴가가곤 했더 게 생각난다. 그게 행복한건데!
션이도 고모랑 같이 놀러가고 싶어서 초록 옷 입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