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노트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린램지(2012)

로얄곰돌이 2012. 8. 11. 20:18

 

모성(母性)은 여자에게 주어진 것인가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인가.

모성이 자식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작용하고 기능할 수 있을까.

살인자(혹은 비슷한 류의 강력 범죄자)의 어머니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는 정당한 것인가.

 

에이씨, 모르겠다.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하도다.

"영화 보고 밥이나 먹자"고 만났다가 영화 땜에 꿀꿀해서 술만 진탕 퍼 마셨다. 줄거리는 오지 탐험도 다니고 자유롭게 살던 영혼인 에바라는 여자가 피임을 안 하고 남친이랑 잔 덕분에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그래서 태어난 아이가 자라서 큰 사고를 친다는 내용이다.

함께 영화를 본 선배는 "바라지 않는 임신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도 "갓난아이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모자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엇나가버린 것"이라고 평했다. 선배는 애 엄마다.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아이를 인생의 짐처럼 느꼈던 에바의 심리상태가 뱃 속에 있는 아이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조금은 다른 걸 느꼈는데, '부모고 자식이고 다 타인이다.'라는 평소의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할까. 서로에게 어느정도 영향을 주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지만 결국은 인간은 모두 다르고 가족이라고 그걸 어찌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고 본다. 그리고 남편은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됨;;; 전혀 나쁜 사람도 아니고 정 많은 가장일 뿐인데 그냥 너무 전형적인 '남자'라 좀 답답하다고 할까. 남녀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영화 해설을 몇 개 읽어봤는데 이게 제일 재미있다.

<케빈에 대하여 vs 마더, 그들 각자의 모성> http://www.movieweek.co.kr/article/article.html?aid=29537

 

이런 기분 나쁜 영화 얘길 하다가 이쁜 조카 얘길 쓴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 녀석을 보면서도 "아 부모와 아이는 닮았어도 다른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할까. 오늘은 사과님을 뵈러 온가족이 칸초네 집에 모였다. 가족 중 천상천하 유아독존 절대지존이신 사과님께서는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자기 맘대로 모든 걸 다 이루어 내시더라.ㅋㅋ 그래도 '참 착한 아이로군'이라고 느낄 수 있는 때가 종종 있었다. 밥 먹다가 잠들었을 때 언니가 "먹어야지" 그러면 바로 또 오물오물 움직이질 않나 짜증을 내다가도 언니가 "그러면 안 되지"라고 하면 말을 알아듣는 듯이 잠깐 동안은 잠잠해졌다.(물론 한 3초 참았다가 또 다시 "으앙~~"하기 마련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