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학원 수강 시작 본문
드디어 오늘부터 1년간 학원 수업을 듣게 됐다.
어릴 때 그렇게 한번 가보고 싶던 종합반을 이제서야 경험해보는구나. 라떼는 종합반이라는 건 그 지역 내 중산층 정도 되는 집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이었다.(보통은 다들 학원을 다니니까 난 서민인데? 라고들 하겠지만, 당시에는 ‘중산층’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학원비를 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집은 내 기준 중산층이었다.) 가랑이 찢어져 가며 피아노 학원을 겨우겨우 보내줬던 우리 집에서 종합반은 언감생심이었다. 이 점에서는 우리 부모님 리스풱~ 그렇게 없이 살면서도 애가 좋아한다니까 피아노학원만큼은 기본 예산에 넣고 보내주셨다. 초가삼간에 고래등 같은 피아노를 넣어놓고 맘껏 칠 수 있게 해주시고.(피아노는 외가에서 쓰던 낡은 걸 가져옴)
이제 나이 먹고 스스로 돈을 벌어 종합반 결제를 하니이 뿌듯함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힘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넉넉한 자금을 마련해놨다는 걸 생각해보면 좀 더 자신감이 생긴다. 스무살 때부터 돈을 벌어 한푼 두푼 모은 결과다. 나새끼 기특하다ㅠ
음 어쨌거나, 학원 간다고 설레여서 그랬는지 어제 밤에 잠을 많이 못 자고 새벽 5시 반에 눈이 떠졌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학원 가서 제일 좋은 자리 앉겠다고 혼자 분주했다. 근데 종합반도 학원 끊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교재도 사야되고 뭐 그렇더라.(역시 공부는 돈발로 하는 거고 시험운도 재력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암튼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또 사족.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또다시 지식의 구조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소위 1타 강사라는 분들을 따라가다보면 시험에 맞게 진도별로 학습 내용들을 기가 막히게 구조화 해놨다. 지난달에 인강으로 들었던 강의는 그날그날 외울 부분을 정해줘서 하루하루 외운 걸 기반으로 다음 진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을 썼는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구조가 정리되니 공부가 더 재밌어지더라.
일전에 컨설팅 교육을 받을 때 느꼈던 것도 비슷하다. 분석과 진단의 기초는 바로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고, 컨설턴트들은 이 사고 방법을 사안별로 구조화 해놓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기업이든 사업이든 산업이든 진단이 가능하더라. 역시 지식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이라는 게 존재한다.
생각이 자꾸 도돌이표처럼 도는데, 미디어 취재와 글쓰기도 구조화를 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 그런데 대체 이걸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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