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연속 혈당 측정기 후기 본문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내 공복혈당 수치가 재작년엔 100이 넘었고, 작년에도 90대가 나와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귀인이 연속 혈당 측정기를 선물로 보내줬다.
'카카오 파스타'라는 앱에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혈당이 오르내리는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dexcom G7'이라는 기기다.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피를 보지 않고도 혈당 측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얘길 몇 년 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카카오 파스타가 출시되고 마케팅을 열심히 하면서 약간 유행처럼 당뇨 전단계인 사람들도 한 번씩 착용해서 상태를 살펴보는 것 같더라. 나도 호기심도 들고, 이왕 선물을 받은 김에 그런 트렌드에 편승해 보기로 했다.
일단 혈당 측정기를 배송받아 꺼내보면 애플리케이터가 들어 있다. 손 잘 씻고 뚜껑을 따고 부착하려는 곳을 알콜로 닦아주고 애플리케이터를 대고 버튼을 누르면 '텅' 소리와 함께 바늘과 센서가 확 박힌다. 바늘은 그냥 봤을 땐 좀 무서운데 나중에 뗄 때 보니까 휘어질 정도로 엄청 얇더라. 그 위에 고정을 위한 패치를 붙이면 운동하고 샤워해도 잘 붙어 있다.
판매사가 추천하는 부위는 팔 뒤쪽이나 배인데, 나는 뭘 잘못했는지 센서 밖으로 피가 약간 스며나오고 좀 불편하더라. 그리고 팔 뒤에 붙였더니 잘 때 뒤척거리면 건드려져서 그것도 불편... 그냥 배에 붙일 걸 그랬다 싶었다.
카카오 파스타 앱을 다운 받아서 센서랑 연결하면 안정화 시간을 거쳐서 혈당 측정이 된다. 먹은 걸 그때 그때 기록해두면 혈당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막연하게 탄수화물이 혈당을 올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측정한 바로는 그냥 탄수화물 말고 백미밥이 혈당 올리는 끝판왕이더라. 같은 밥이라도 흑미나 보리 같은 게 좀 섞여 있으면 별로 안 올라갔고, 감자, 고구마도 적당량을 먹으면 괜찮았고, 의외로 달달한 디저트를 먹었을 때 생각보다 수치가 괜찮았다. 장블랑제리 밤 파운드케이크가 엄청 달았는데 118mg/dL 에서 165mg/dL 까지 올라가고 2시간 후에는 96mg/dL로 떨어졌다. 마켓오브라우니, 단팥빵도 무난무난.. 과일이고 커피고 라면이고 술이고 뭘 갖다대도 백미밥은 아무도 못 따라감. 180mg/dL까지 정상범위 내에 드는데 180을 넘어간 건 전부 백미밥이 포함된 식사였다.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바로 현미랑 보리쌀을 주문하셨다ㅋㅋ
또 의사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강조하는 것처럼 뭘 먹든 바로 걷거나 실내 자전거라도 타면 별로 안 올라갈뿐더러 수치가 금방 떨어졌다.
신기한 건 좀 빡세게 달리기를 하면 혈당이 팍팍 오른다는건데(예를 들어 남산타워까지 뛰어올라간다든가, 인터벌 하거나 15km 뛴다던든가), 당장 에너지를 소모해야 해서 간이 포도당을 열심히 만들어내서 그런거라고 한다. 그러다가 또 수치가 팍팍 떨어지는데, 오버해서 장거리 뛰었다가 저혈당 쇼크를 한 번 경험해봤던 적이 있어서 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동안 다양한 음식에 대한 혈당 수준을 숫자로 확인하니 관리 방향이 좀 잡힌다고 할까. 사람마다 반응성이 다르니 한 번 시험 삼아 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센서는 열흘밖에 못 쓰는데 가격은 비싸서 더 쓸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당뇨병 환자들은 계속 써야할텐데 10만원에 육박하는 센서 구매비용도 그렇고 열흘마다 갈아주는 것도 좀 고역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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