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내가 만들면 더 맛있을 것 같은 맛 - 포르투에서 본문
포르투갈의 진짜 풍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단 조리된 요리는 좀 아닌 것 같다. 비쌀수록 뭔가 아쉬워지는 경험을 자꾸 하고 있다.
일단 와인의 도시 답게 와인은 어딜가나 무슨 종류를 골라도 다 맛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인정!!! 숙소에 놓여진 웰컴 와인마저도 너무 맛있어서 황홀했다. 나타(에그타르트)랑 같이 파는 포트와인도 존맛ㅠ 마트에서 산 팩에 든 비노 데 틴토마저 맛있다. 자칫하다간 알콜중독될 것 같다. 포르투갈 맥주인 슈퍼복도 역시 맛있다.
특히 카페에서 술도 같이 파는 거 넘 내 스타일이다. 달달한 거 먹으면서 달달한 음료수 먹는 거 완전 싫은데 술이랑 같이 먹으니까 딱 좋다.
커피도 예술적이다. 오늘은 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을 발견해서 아아메를 한잔 때려줬는데 무슨 아아메가 이렇게 고소하고 크레마 층이 두꺼워? 땡볕에 도루 강변 걷다가 나타 한 입 먹고 아아메 들이켰더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맛. 이국의 맛, 여유롭고 따사로운 유럽의 맛.
대신 요리는 전반적으로 일단은 그냥 그랬다. 포르투갈 첫날에는 스몰 스테이크에 계란 프라이 얹은 간단한 요리를 먹었는데 감자칩 빼고는 그냥 그랬고(여긴 그나마 저렴한 패스트푸드 느낌이라 넘어감)
어제는 대구 튀김 메인에 감자칩, 샐러드를 강추하길래 먹었는데(10유로) 일단 대구 가시 손질을 안 해놔서 뼈 발라내는 것도 짜증나는데(젓가락도 없는데!) 괜히 끼얹어놓은 소스도 닝닝해서 더 별로였다. 내가 만들어도 확실히 더 맛있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오늘은 한국인들이 특히 강추하는 해물밥(Arroz de marisco)을 추천 식당에 가서 먹었는데(1인분용 하프 사이즈 22유로) 한 입 딱 먹어보고 그 생각 했다. 음? 이거 그건데… 조개국물에 토마토소스 풀어놓은건데? 그래서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랬다. 한 번 그래 경험이다! 하고 먹는 건 추천하지만 한번 먹어봤으면 다시 안 먹어도 될 것 같은 맛이다.
역시 사람 입맛은 길들여지게 마련인지 딱 입맛에 맞다고 느낀 건 포르투갈식 크로와상(파삭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 서촌 sorry 에스프레소바에서 파는 딱 그 맛)에 설탕 시럽 발려 있고 안에 햄이랑 치즈 넣은 잠봉뵈르 비슷한 샌드위치랑, 중식 체인점 웍투워크에서 사먹은 면 요리(기본 6.9유로인데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14유로나 되긴 했지만 맛있어서 싹 다 먹어치웠다), 마트에서 사먹은 푸실리 닭가슴살 샐러드 등이다. 한국에서는 나름 입맛이 고급지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오니까 싼 거, 체인점 거가 맛있다.
그래서 점심엔 간단한 샐러드에 맥주나 와인 한잔 하고, 간식으로 나타랑 커피로 허기를 달래고, 저녁엔 웬만하면 핑고도세(마트 체인)에서 조리식품을 사거나 주방 있는 숙소에 가면 직접 고기 같은 거 사다 해먹는 게 나을 것 같다.
'새로 안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괴감에 자괴감을 더 하는 사람 (0) | 2022.11.14 |
---|---|
포르투 거리 풍경 (0) | 2022.10.07 |
사람 많고 탈 것 많은 포르투 (0) | 2022.10.07 |
따뜻한 포르투갈. 파티마로 오는 길 (0) | 2022.10.05 |
Buenas noches! (0) |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