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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섬진강,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로얄곰돌이 2018. 11. 9. 02:29

직구요정 탁실장님이 11월 초에 섬진강에 가자고 해서 두말 않고 따라 나섰다.

토-일 1박2일 일정인데 게스트하우스를 중간 지점보다 좀 더 지난 곳으로 잡아서 새벽부터 서둘렀다. 용산에서 5시 45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임실에 도착하면 거기서 또 16km 정도 달려야 섬진강길 시작점에 다다를 수 있다. 기차 내려서 밥 먹고 섬진강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반 정도였다.

산 사이를 지나는거라 해는 5시쯤이면 떨어진다고 봐야하고, 남은 거리는 90km 정도. 정말 빠듯하다. 서둘러 길을 재촉하느라 그 좋은 경치를 완전히 만끽하지는 못 했지만 정말 눈이 즐거운 자전거 여행이었다.

상류는 바위들이 중간중간 유속을 늦춰주고, 얕은 물길이 흐른다. 단풍 구경을 하면서 페달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강이 넓어져 있다. 또 다시 곡성 지나 지리산 깊은 골짜기 근처로 가면 강이 살짝 좁아진다. 이 때부터는 단풍 든 나무들이 흐드러지게 펴서 오색 터널을 만들고 있다.  

구례구역 근처에서 묵었는데, 두가헌을 지난 다음 해가 져서 그 주변 벚꽃길 단풍을 못 본 게 아쉽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면 섬진강은 안개로 완전히 뒤덮힌다. 안개 사이로 어렴풋이 강과 단풍을 보며 달리면 허벅지랑 발가락이 완전히 얼음처럼 차가워지는데,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을 쭉 달려 내려간 곳에서 마침 허름한 슈퍼를 만났다. 정말 예전 할머니댁 근처 점방 같은 아주 작은 슈퍼인데, 따뜻한 캔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아직도 유리가 달린 나무 문을 쓰고 있어서 가게 주인이라야 쉽게 여닫을 수 있다. 슈퍼 안 쪽에는 동네 사람들 모여서 술 한잔 할 수 있는 간이 의자랑 식탁이 놓인 골방이 있는데 우리가 몸을 녹이면서 잠깐 쉬어가기에는 딱 좋았다. 오래 묵은 맥주 냄새랑 소주냄새, 마른 오징어 냄새가 났다.

안개가 걷히면 낮은 담장 위로 감이 주렁주렁 달린 집들이 모인 마을이 드디어 눈에 들어온다. 지나는 객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평화로울수가 없다. ‘여기서 나고 자랐으면 분명히 향수병에 걸렸을 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남도대교 쯤 가면 강은 완전히 넓어지고 하구로 내려갈수록 모래톱도 점점 커진다. 강어귀에서는 바닷배들이 물길을 헤치면서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섬진강도 처음이었고, 거기서 재첩국을 먹는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는데 국물은 시원하고 회무침은 달콤짭짤해서 오랜만에 밥을 한 공기 다 비웠다.

광양에서 돌아오는 길은 차도 많이 막히고 멀기도 멀었는데, 그래도 내년에 또 오자고 날짜까지 잡아버렸다. 다시보자 섬진강아.




p.s .
1. 용산역 주차장은 비싸기로 유명한데, 신용산역 뒤쪽 공영주차장이나 그 옆 사설 주차장은 저렴하다.
2. 곡성-구례 근처 게스트하우스는 매화, 벚꽃철에는 한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방을 잡을 수 있다.
3. 곡성 기차마을에 가려면 섬진강 자전거길을 벗어나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4.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강아지 또또는 귀여운데다 붙임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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