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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돌아온 탕아. 스페인어 공부하는 김에 한번 써봤는데 맞는지 모르겠다ㅋ 다시 카톨릭 신자가 됐다. 그동안 신앙심 깊은 엄마 덕에 성사표만 성당에 다녔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직접 고해성사를 봤다. 사실 그날 보려고 생각을 한 건 아닌데 고해소 문이 열려 있었고,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됐고, 우리 동네가 아니라 좀 더 맘이 편했고 같이 간 문 선배가 이왕 온 거 성사 보고 가라고 하고 그런 저런 이유들 덕에 냉담자 딱지를 떼게 됐다. 냉담한지 몇년 만인지 기억도 안 나서 그냥 고해성사 본지 10년 넘었습니다. 라고 했다. 신부님이 엄청 격한 반응을 보이셨는데, 일단 누군가 한 사람을, 사제일지라도, 매우 기쁘고 설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만으로도 참 보람찼고, 잘 왔구나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
몇 년만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봤다. 언제 등록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바다의날 마라톤이라는 걸 신청해놨었음. 문자랑 택배가 와서 알았다. 기념품으로 멸치를 받았는데, 거기 혹해서 신청했었나봄. (멸치, 고추가루, 쌀 이런 지역 특산물 주는 대회 좋아함) 장소가 여의도라 더 좋았다. 명색이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데 적어도 인천 앞 바다는 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하필 지난주에 맥이 풀리는 바람에 러닝 훈련이 안 됐고, 전날 저녁에 술을 마셨는데 안주도 부실해서(연남동에 있는 리춘시장?이란 델 갔는데 중화요리 술집인데 뭘 시켜도 참 별로였다) 아침부터 배가 부글거렸다. 참 가지가지 하는 장이 또 지랄난 것. 이것 땜에 집에서 나가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다. 배는 아픈데 화장실 가도 해..
시험 끝난지 이제 며칠이나 됐지? 어느새 열흘도 지났네. 새벽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 간단하게 먹고 도시락 싸서 도서관 가서 착석- 공부 - 점심 - 산책 - 공부 - 저녁 - 산책 - 공부 이런 스케줄을 몇 달간 했더니 몸이 적응해서 그런가 시험 후에 오히려 무기력증이 훅 몰려왔다. 시험 전엔 잠도 쿨쿨 잘 자다가 오히려 요즘엔 잠도 잘 안 오고… 이제는 답안지를 어떻게 썼는지도 가물가물 해져서 복기하면서 괴로워하는 빈도도 확 줄었고 시험은 먼 나라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Que sera sera 라는 마음 가짐인데 해방감은 커녕 답답하고 힘도 안 나고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음ㅠ 목표가 없어져서 그런가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래 목표나 계획을 갖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었잖아?라는 결론만 나온다...
시험 D+3. 시험 끝나고 집에 가서 바로 뛰고 싶었는데 비와서 못 뛰고, 태풍 영향 땜에 계속 비 와서 못 뛰고, 어제 저녁에는 약속 있어 못 뛰고 드디어 오늘 아침에 뛰었다. 오늘도 점심 저녁 약속에 내일은 멀리 교외까지 나갈 예정이고,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딱 그렇네. 어제 술을 오질라게 먹은 관계로 속도는 안 났는데 기분은 정말 좋았다. 가을의 청량한 공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달리기였다. 시작할 땐 계속 시험 못 본 거 생각이 나서 오만 잡생각이 다 떠올랐는데 역시 땀흘리고 몸이 좀 지치니까 무념무상이 되고, 그저 도파민을 즐길 뿐. 스트레스 날릴 땐 러닝이 최고입니다. 날 선선할 때 마음껏 뛰어줘야겠다. 이제 시간도 많으니 그동안 못 해본 lsd도, 인터벌도 한번씩 해봐야지. 유튭에서 배운대..
이럴 줄 알았다. 호르몬인지 자궁인지 난소인지 뭔지 아무튼 야이 개 미친 씨부랄 놈아. 어제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배에 가스도 차고 그러더니 아니나다를까. pms였음. 피임약 3일 먹어보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먹다 말았는데, 그래도 뭔가 호르몬이 좀 바뀌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내가 바보 등신이었음. 이 몸뚱이는 지 주인을 골탕먹이려고 언제든지 기회만 보고 있거든. 그나마 하루 더 있다 터진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에 뭐 일만 생기면 다 액땜이라고 하고 넘어왔는데 별별 액땜을 하루 걸러 하루 하는 것 같다. 합격 못하면 이 수많은 액땜들 어떡할거야… 로또 당첨이라도 돼야 할 수준이네 증말. 아 오늘 그래도 하나 좋은 일 있었다. 산책 갔다가 철봉에서 매달리기 해봤는데 5초 넘게 매달렸다...
시험도 보기 전부터 설레발 떠는 것 같긴 하지만… 처음으로 15km를 완주했다. 그렇게 한강까지 왕복을 했는데 한강에 들어서자마자 석양을 마주친 순간 아, 뭔가 인생의 한 막이 내리고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겠구나, 지금 저 태양이 지난 인생의 페이지와 같이 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뭐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ㅋ 어쨌든 앞으로의 인생이 지금이랑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15킬로는 애초에 중간에 퍼지지 않도록 조깅 페이스를 무조건 지키자 생각하면서 출발했던 터라 슬슬 뛰었다. 근데 호흡이 많이 남아서 좀 더 빨리 뛰어도 될 것 같고, (630정도는 맞춰도 될 것 같음.) 발목, 무릎, 허벅지 근육은 막 아우성을 치더라...
1차 시험 때 생리랑 겹쳐서 정말 짜증스러웠는데 이 미친 생리주기라는 것이 2차 앞두고 갑자기 또 널을 뛰어서 시험 날짜랑 예정일이 딱 겹치는 불운이 또 찾아왔다. 내 몸이지만 정말 한대 치고 싶네. 아오 아무튼 인류 번식 용도로는 쓸 일이 없을(그러니까 나한테는 필요하지 않음) 이 망할 장기 때문에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 시험 날도 날이지만 그 전날이나 전전날 pms에 시달리면 시험 직전에 꼭 한번 더 체크하고 가야 할 걸 못 볼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주기 땜에 알고 있는 것도 다르게 써버리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책이라고 써본 게 약 먹고 주기를 바꾸는 건데, 역시 호르몬이 바뀌니까 또 변비 생겼죠? 이어서 장염 도졌죠? 머리 아프죠? 기운 빠지죠? 라는 현상이 예상..
드디어 페이스가 5분대로.. 6분에서 1초 짧은건데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구만. 페이스가 빨라진 이유를 몇 가지 추론 해보자면, 1.거리를 줄임. 시험이 정말 콧잔등을 스치듯이 가까이 다가와서 10k 다 뛰면 심리적으로 시간 낭비가 좀 크다는 생각이 듦(그럼 그 시간만큼 공부를 더 하느냐? 그건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심리적으로 그렇다) 거리를 줄이니까 좀 아쉬워서 속도를 좀 더 내게 됐다. 2.마일리지가 쌓임 지난번에 중간에 좀 걷기도 했지만 15킬로 뛰었고 느려도 확실히 거리가 느니까 근육이 오래가는 느낌이 들더니 속도를 당겨도 몸에 무리가 없었음. 그동안 축적된 것도 있을거고. 3.초반에 나도 모르게 좀 힘차게 뛰었더니 1킬로 속도가 좋았고, 오늘은 거리가 짧으니 빌드업이란 걸 좀 해..
오늘은 참 뜻깊은 날이다. 7년 전에 뉴욕 여행 갔을 때 만났던 인성 언니랑 홍제천을 같이 뛴 날이기 때문. 회사에서 찍혀서 인천 끝에 있는, 황량한 벌판에 고고하게 서 있던 추운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다가 좋은 선배들이 본사에서는 사표를 쓰고 나갔다는(=쫓겨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그냥 냅다 사표를 던졌고, 뉴욕행 티켓을 사서 바로 다음주인가 날아갔다. 하필 한겨울이라 날씨는 오지게 춥고 기상 이변으로 뉴욕은 역대급 한파에 눈폭탄까지 쏟아졌었더랬지. 혼자 칼바람을 맞으면서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외로웠다. 그런데 그 여행에서 포인트를 하나 또렷하게 찍고 왔는데, 아직도 눈에 삼삼한,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을 하나 남긴 것이다. 김선배가 동생이 뉴욕 근처 산다고, 가..
혼자만의 실험을 해보는 중인데, 7km 뛸 때랑 10km 뛸 때 하루종일 얼마나 피곤한지 체감적으로 느껴보고 있다. 지난번에 7km 뛰었을 때는 늦장마 와중에 잠깐 비가 소강상태일 때 뛴 거라 고온다습하고 땀이 비오듯 흘렀다. 어제 10km는 입추가 지나서 그런가 새벽 공기의 결이 약간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바람도 불어서 지난번보다 훨씬 쾌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다. 속도는 7km 뛰었을 때가 평균 10초 정도 빨랐음. 그런데 이 3km 차이가 뛸 때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데 몸이 느끼는 충격은 많이 다른 것 같다. 7킬로만 뛰었을 땐 활력이 넘치고 하루종일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면, 어제는 하루종일 졸고 졸고 또 졸고, 집에서 점심먹은 김에 아예 쇼파에서 한 30분 편하게 잤는데도 스..